등록 : 2013.09.01 19:32
수정 : 2013.09.01 21:07
류현진, 파드리스전서 13승
노모 신인왕때와 승수 같아
초반 완급조절탓 실점 많자
1회부터 시속 151km 강속구
투구 고려해 몸 사리던 주루
최선 다해 뛰며 슬라이딩도
변신도 빠르고, 몸도 빠르다.
1회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자 전력으로 투구하며 패턴을 바꿨다. 조깅하듯 1루로 뛰었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득점을 위해 슬라이딩까지 한다. 메이저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임기응변이 놀랍다.
31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13승(5패) 고지에 오른 류현진(26·엘에이 다저스)이 그동안 지적받아온 ‘1회 징크스’를 털어내며 ‘9번 타자’로서의 임무도 완수했다. 이날 류현진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맞아 6⅓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으며 8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9-2 승리를 이끌고 시즌 13승째(평균자책점 3.02)를 올렸다. 1995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노모 히데오(다저스·13승6패)의 승수와 타이다. 류현진은 신인 투수 중 다승과 이닝수(167이닝), 퀄리티스타트(19회)에서 선두다. 5개월 전인 4월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데뷔전에서 6⅓이닝 동안 1자책점(3실점)을 기록할 때와 다르다.
■ 1회 징크스 해법을 찾다 류현진은 4월3일 데뷔전 1회초에 연속 안타를 맞았다. 실점 없이 막았지만 선두타자에게 143㎞의 밋밋한 직구를 던지다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1회 징크스’의 시작이었다. 류현진은 유난히 1회에 약했다. 31일 샌디에이고전 직전까지 1회 피안타율은 0.295로 2~9회(0.249)보다 높다. 1회 평균자책점은 4.32까지 치솟았다. 피홈런 13개 중 6개를 1회에 맞았다. 제구와 완급 조절로 상대와의 수싸움을 벌이는 기교파 투수이기 때문에 1회에는 그라운드 분위기와 경기 감각,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기 위해 탐색전을 벌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31일 샌디에이고전에서는 1회부터 151㎞의 강속구를 연달아 뿌리며 삼진 2개를 잡아냈다. 8월9일 뉴욕 메츠전 이후 4경기 만에 1회 삼자범퇴를 해냈다. 류현진은 “1회에 점수를 많이 주는 경향이 있어 오늘은 1회부터 강하게 던졌다”고 밝혔다. 초반 전력투구 전략은 원정에 약한 류현진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민훈기 <엑스티엠>(XTM) 해설위원은 “경기 전 불펜피칭을 하지 않는 류현진은 원정경기에서 1회부터 전력투구를 하는 것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경기 감각을 더 빨리 찾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타자 류현진의 질주 4월3일 데뷔전에서 류현진은 0-1로 뒤진 6회말 1사 뒤 타석에서 3루 땅볼을 때렸다. 1루를 향해 천천히 달린 류현진은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아웃이 뻔한 타구에 무리를 하는 것보다는 마운드에서 잘 던지는 게 합리적이지만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도 타자였다. 당시 허구연 <문화방송> 해설위원은 “이번에 크게 혼났으니 약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31일 류현진은 ‘9번 타자’였다. 0-1로 뒤진 2회말 2사2루에서 상대 선발 에릭 스털츠를 상대로 2개의 파울을 걷어냈고 마침내 동점 2루타를 터뜨렸다. 누상에서는 더 빛났다. 다음 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 안타 때 코치의 사인에 따라 지체없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어설펐지만 포수의 태그를 피해 왼손으로 땅을 짚으며 슬라이딩까지 했다. 부상 위험도 있었고, 아웃되면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는 것은 신경쓰지 않았다. 결국 역전 득점을 일군 류현진은 팬뿐만 아니라 상대팀한테도 찬사를 들었다. 류현진의 10번째 안타이자 5번째 타점, 4번째 득점이었다. 타율은 2할(0.200)이 됐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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