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24 19:35
수정 : 2013.09.24 21:04
엄지부상 복귀전서 도루 2개
‘20-20-100-100’ 대기록 달성
내셔널리그 톱타자 중 최초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도
신시내티 포스트시즌행 확정
부상으로 더그아웃을 지키고 있던 추신수(31·신시내티 레즈)가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21일 피츠버그전에서 왼손 엄지 부상을 당한 뒤 사흘 만에 치른 복귀전이었다.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가 걱정됐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경사가 겹쳤다.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 대기록을 달성함과 동시에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소속 팀 신시내티한테 가을야구 티켓을 선사했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는 덤이었다.
추신수는 24일(한국시각)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안방경기에 중견수 겸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6타수 3안타 2타점 2도루의 맹활약으로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시비에스(CBS)스포츠>는 “신시내티는 지난 시즌 추신수 같은 정상급 1번 타자를 보유하지 못했다. 추신수로 인해 팀 전체가 완전히 역동적으로 변했다. 추신수와 조이 보토 두 선수 덕분에 신시내티는 끈끈한 팀이 됐다”며 추신수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 경기로 와일드카드를 손에 넣은 신시내티는 남은 5경기 결과에 디비전 시리즈 직행 여부가 달렸다. 추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우리 팀은 지구 우승이 목표다. 나는 팀을 돕길 원한다”며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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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안타를 친 추신수가 동료들한테 포위돼 축하를 받고 있다. 신시내티/유에스에이투데이 스포츠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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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리그 톱타자 최초 20-20-100-100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활약이었다. 추신수는 이날 도루 2개를 추가해 21홈런-20도루-109볼넷-105득점으로 내셔널리그 역대 톱타자로는 처음으로 20-20-100-100 기록을 세웠다. 정확한 선구안과 장타력, 빠른 발을 갖춰야 이룰 수 있는 이 기록은 아메리칸 리그 1번 타자 중에서는 리키 헨더슨(1993년)과 그레이디 사이즈모어(2007년)가 달성했을 뿐이다. 추신수 이전에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배리 본즈를 비롯해 11명밖에 없다.
추신수는 2회말 2사 1·3루에서 메츠 선발투수 애런 하랑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전 안타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다음 타자 브랜던 필립스 타석에서는 2루까지 훔쳐 자신의 시즌 19번째 도루에 성공한 데 이어 2-2로 맞선 9회말 2루타를 뽑아낸 뒤 포수가 2루를 견제하는 틈에 3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시즌 20번째 도루로 대기록의 마침표였다.
민훈기 <엑스티엠(XTM)> 해설위원은 “톱타자로서 20도루는 흔하지만 100볼넷이나 20홈런은 중심타자도 겨우 할까 말까 한 기록이다. 아주 특별한 기록을 달성한 추신수의 이름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내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내세울 만한 훈장거리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추신수는 2009년(20홈런 21도루)과 2010년(22홈런 22도루)에 이어 3년 만에 개인 통산 3번째 20-20 클럽에 가입했다. 이날 경기로 타율 0.285, 출루율 0.423을 기록중이다. 올 시즌 총 292회 출루해 남은 5경기에서 8번만 더 출루하면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로 20홈런-20도루-100볼넷-300출루의 대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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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첫 가을야구 진출 추신수는 2007년 클리블랜드 시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부상으로 더그아웃을 지켜야 했던 ‘한’도 풀었다. “추신수의 끝내기 안타로 신시내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누리집은 신시내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추신수의 공으로 돌렸다.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 한 방이었다. 신시내티는 90승67패(승률 0.573)를 달리며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를 두고 다투던 워싱턴(84승73패, 승률 0.535)을 6경기 차로 따돌리고 남은 5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추신수는 2-2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1사 1·3루에서 상대 왼손투수 션 헨을 상대로 왼쪽 담장 상단을 맞히는 대형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올 시즌 3번째 끝내기 안타. ‘거포형 톱타자’ 추신수는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것은 물론 기회마다 해결사 본능을 과시하며 다시 한번 ‘최고 1번 타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단연 독보적이다.
그래서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추신수의 앞날은 환하다. 그의 몸값이 얼마나 뛸지 알 수 없지만 올 시즌 성적과 1번 타자로서의 가치를 따져보면 1억달러도 아깝지 않다. 이미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날 ‘추신수의 날’을 만들어 준 메츠가 추신수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대박 예감’ 추신수에게 포스트시즌 성적은 ‘보너스’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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