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26 19:18
수정 : 2013.09.26 22:31
‘평균자책 2.90’ 토종투수 중 1위
“2006년 류현진 이후 최고의 루키”
프로 4년차지만 두산 시절엔 2군
NC 이적뒤 맹활약 신인왕 유력
올해 프로야구는 타고투저 속에서 리그를 지배하는 에이스가 실종됐다.
삼성 배영수가 14승을 올려 최다승 부문 1위를 달리고 있고, 엔씨(NC)의 찰리 쉬렉이 평균자책점 2.52로 이 부문 1위, 엘지(LG) 류제국이 10승2패로 승률(0.833)이 가장 높다. 정규 시즌 막바지에도 아직 15승을 챙긴 투수가 없다.
대형 투수가 귀한 요즘 이재학(23)은 2006년의 류현진(당시 한화) 이후 가장 강력한 신인급 투수란 평을 듣고 있다. 2010년 두산에 입단한 이재학은 프로 입단 4년차지만 1군 출전 경험이 2010년 16경기 23⅓이닝에 불과해 신인왕 자격을 가진 ‘중고 신인’이다.
이재학은 두산 유희관과 함께 신인왕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이재학은 올 시즌 9승5패, 방어율 2.90을 기록하고 있고 유희관은 9승6패, 방어율 3.48.
유희관은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된 시즌 중반 혜성처럼 등장해 마운드의 중심을 잡고 팀을 다시 4강권에 올려놓은 수훈이 있지만, 시즌 막판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재학은 방어율 2.90으로 리그 전체 2위, ‘토종 투수’ 중에서는 삼성의 윤성환(3.35)을 크게 앞선 1위다. 그뿐만 아니라 이재학의 피안타율(0.226)과 이닝당 출루 허용률(1.19) 역시 엘지(LG)의 레다메스 리즈(0.212, 1.18)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학은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퀄리티 스타트를 16차례나 기록해 이 부문 리그 공동 7위, 한화 데니 바티스타와 함께 탈삼진(137개)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학은 류현진 이후 가장 낮은 방어율과 가장 많은 선발승, 탈삼진,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신인 선수로 유희관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
이재학은 신생팀 엔씨의 창단 첫 승을 올린 주인공이다.
이재학은 4월11일 엘지전에 처음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며 개막전 이후 7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7월31일 에스케이(SK)전에서는 팀의 첫 완투·완봉승도 기록했다. ‘강심장’ 이재학은 큰 경기에 강하다. 삼성을 상대로 방어율 2.48, 넥센을 상대로는 무려 0.90 등 강팀에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손혁 <엠비시(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신인 시절의 류현진에 비해 공의 힘과 구속은 조금 떨어지지만 신생팀에서 이 정도 성적을 거둔 것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두둑한 배짱과 체인지업의 위력만큼은 류현진에 버금간다”고 평했다.
이재학은 최근 두 차례나 호투하고도 10승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강타선을 꽁꽁 묶는 인상적인 투구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강하게 각인시켰다.
김경문 엔씨 감독은 이재학에게 선발등판 기회를 한 번 더 줄 예정이다. 김 감독은 “신생팀에서 외국인 선수가 10승을 거두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토종 투수가 10승을 올렸다는 것은 더 대단한 일”이라고 제자를 칭찬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