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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14 15:27 수정 : 2013.10.14 16:11


냉정한 ‘시장 논리’보다 강한 ‘땀의 논리’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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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를 구경하는 롯데 팬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아직도 눈에 밟히는 두 명의 선수, 두산의 이원석과 넥센의 김민성 때문이다.

이원석은 2005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안정적인 수비와 수준급의 타격 실력을 갖춘 유격수로 향후 10년간 롯데의 내야를 책임질 선수로서 애지중지 키워지던 유망주였다. 2008년 겨울, 롯데는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의 홍성흔을 영입하는 대가로 1명의 보상선수를 두산에 내줘야 했다. 당시 롯데는 두터운 내야진을 가진 두산을 감안해 보호선수 20명의 명단에서 이원석을 제외했으나, 이원석의 가치를 알아본 두산은 즉시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그를 선택했다. 졸지에 팀의 10년 유격수를 잃어버린 팬들도, 팀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던 이원석도, 하물며 그를 보호하지 않은 롯데구단도 모두 충격을 받았다. 두산 입단식을 치르던 날,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원석의 멍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이원석이 빠져나간 롯데의 유격수 자리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선수가 있었다. 앳되고 곱상한 얼굴에 견고한 수비와 준수한 타격으로, 팬과 선수단의 사랑을 받던 ‘사직 아이돌’ 김민성이었다. 떠나보낸 이원석에 대한 아쉬움을 잊게 하며 가파르게 성장하던 사직의 미소년은 2010년 7월의 어느 날, 경기 출전 준비를 하던 숙소에서 넥센의 황재균과 트레이드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는다. 유망주를 내주며 검증된 3루수를 데려와 가을 야구를 준비하겠다는 것이 롯데의 판단이었다. 제일 화려한 야구장에서 가장 유명한 팬들의 사랑을 받던 어린 김민성은 프로의 냉정함을 절감하며 눈물로 짐을 쌌다. 넥센 입단식을 치르던 날, 넥센의 유니폼을 입은 그의 넋 나간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10년 동안 롯데의 유격수 자리를 책임져줄 것이라며 구단과 팬들의 애정 속에 성장하던 두 선수는 알아보는 팬도, 아껴주던 선배도 없는 팀에서, 낯선 팬들의 의심을 견디며 외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몇 년이 지난 2013년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공교롭게도 이원석과 김민성은 모두 두산과 넥센의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원석은 김동주 이후 두산의 3루를 지키는 대들보가 되었고, 사직의 미소년은 시즌 홈런 15개를 때려내는 괴물로 성장해 넥센의 돌풍을 이끌었다. 롯데의 미래로 불리며 구단과 팬들의 사랑을 받다가 시장의 거래로 팔려간 두 소년은 몇 년간의 외로운 싸움 끝에 새로운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았고, 그들을 보내버린 롯데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프로야구는 냉정한 시장 논리로 움직이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흘러 시장이 계산하지 못한 드라마를 연출하는 선수들은 프로야구가 결국 계산기가 아닌 인간의 땀으로 운영되는 것임을 가르쳐준다.

사직아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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