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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15 19:36 수정 : 2013.10.15 22:17

팬들 사이에서는 애칭인 ‘테드찡’ ‘넥통령’으로 통하는 테드 스미스(27)

‘넥통령’ 불리는 캐나다인 스미스
여행왔다가 경기본 뒤 열혈팬 돼
원정응원 위해 직장까지 팽개쳐
PO진출 실패에 “절에 들어갈것”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가 열린 15일 목동구장. 어김없이 그 남자가 나타났다. 두루마기를 걸치고 갓을 쓰고 곰방대를 입에 문 차림새는 영락없는 청학동 청년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푸른 눈의 외국인. 넥센 팬들 사이에서는 애칭인 ‘테드찡’ ‘넥통령’으로 통하는 테드 스미스(27·사진)다. 테드는 “넥센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념해 두루마기를 준플레이오프 응원복으로 구입한” 넥센 히어로즈의 열성팬이다.

캐나다 캘거리 출신인 그는 2010년 6월 한국에 여행 왔다가 우연히 목동구장에서 넥센 경기를 본 뒤 팬이 됐다. “당시 넥센이 에스케이(SK)에 큰 점수차로 졌어요. 너무 못했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이후 한국 스포츠를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에 2011년 3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영어 원어민 교사로 취직했다. 하지만 일보다 넥센 경기를 보는 게 중요했던 그에게 매일 출퇴근하는 교사는 무리였다. “원정경기를 따라갈 수가 없잖아요.(웃음) 그래서 2012년 전화로 영어를 가르치는 폰잉글리시가 가능한 회사로 옮겼어요. 지난해 11월엔 아예 회사를 관두고 지금은 한국 어학당에 다니면서 넥센 경기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테드는 올 시즌 123경기를 관람했다.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원정경기까지 찾았다. 지난해는 세계야구클래식(WBC)에도 갔다. 원정에서는 자발적으로 응원단을 꾸려 단상에서 직접 응원단장 노릇까지 한다. 사비를 털어 북을 사고 응원복도 직접 디자인해 맞췄다. “5벌 정도 있는데, 가장 비싼 건 즐겨 입는 군복으로 80만원, 지금 입은 두루마기는 30만원입니다.” 교통비에 숙박비에 돈이 많이 든다. 넥센을 따라다니려고 차도 팔았다. “구단에서 표를 받거나 도움받는 건 없어요. 응원단들과 시즌권을 직접 구입했고, 지금껏 벌어놓은 돈으로 쓰고 있는데, 이제 다 떨어져 가요.(웃음)”

일을 하지 않으니 취업비자 갱신이 불가능했고, 지금은 여행비자로 한국에 있다. 10월이면 만료돼 다음달 캐나다에 돌아가야 한다. 취직해 한국에 오래 있는 게 어떠냐고 물으니 “그럼 원정경기를 못 따라가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넥센 응원단장이 되는 게 꿈이라지만 원한다고 꿰찰 수는 없다. 그는 “넥센을 통해 잊고 있던 꿈을 찾았다”고 했다. “캐나다에 있을 땐 응원단장이나 연예인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자신이 없었어요. 넥센을 발견하기 전까지 목표는 그냥 돈 벌고 잘사는 거였는데, 넥센을 사랑하게 되면서 잊고 있던 꿈을 이루고 싶은, 더 큰 이유로 살게 됐습니다.”

그의 바람과 달리 넥센은 5차전 경기에서 2연승 뒤 3연패하며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가을야구가 확정된 순간 행복해서 십대 소녀처럼 울었다”던 그는 “서울을 떠나 산속에 있는 절에 들어가 마음을 추슬러야겠다”고 했다.

글·사진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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