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30 18:04
수정 : 2005.08.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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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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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이닝 1실점 완벽투
팀이 2-0으로 앞선 4회 1사 뒤 ‘천적’ 모이세스 알루에게 1점 홈런을 맞은 김병현은 되레 씨익 웃었다. 그리고 7회를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온 그는 이미 승패에 초연한 듯했다. 더그아웃에 앉아 수건을 머리에 걸친 채 김선우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눈부신 투구로 팀이 2-1로 앞서고 있었지만 언제 또 뒤집힐지 모를 일이었다. 7월 이후 5번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 투구) 중 고작 1승만을 챙긴 지긋지긋한 불운 탓이었다. 콜로라도 타선은 이날도 단 2점만을 뽑는 빈약한 득점력을 보였다. 하지만 ‘뒷문’이 튼실했다.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6·콜로라도 로키스)이 4수 끝에 시즌 4승(10패)과 원정경기 첫 승을 달성했다.
김병현은 30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에스비시(SBC) 파크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솎아내며 5안타 1실점으로 잘 막아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평균자책도 5.12에서 4.90으로 끌어내려 4점대에 진입했다.
콜로라도 타선은 이날 메이저리그 데뷔 첫 등판인 샌프란시스코 선발 맷 케인을 상대로 2회 맷 할러데이의 솔로홈런과 4회 무사 만루에서 더스틴 모어의 병살타로 각각 1점을 얻어내는 데 그쳤다. 그러나 2-1의 불안한 리드에서 8회 마이크 드잔, 9회 브라이언 푸에테스가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고, 야수들의 호수비가 곁들여지며 김병현의 승리를 굳게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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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투구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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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나의 것, 승리는 남의 것”= 김병현은 7~8월 10경기에 선발로 나서 절반이 넘는 6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6월까지는 고작 2번에 그쳤다. 특히 2승을 따낸 8월에는 6경기 중 4경기가 퀄리티 스타트이고, 지난 25일 엘에이 다저스전 6⅔이닝 무실점에 이어 최근 2경기에서 13⅔이닝 1실점으로 0점대(0.66) 평균자책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7월5일 엘에이 다저스전에는 6이닝 무실점으로 3-0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팀은 연장 끝에 3-4로 역전패했다. 7월19일 피츠버그 파이리츠 전에서도 4-2로 앞선 7회 공을 넘겨줬지만 불펜이 동점을 허용해 승리를 날렸다. 지난 4일 샌프란시스코전과 25일 엘에이 다저스전에서는 눈부신 호투를 펼쳤으나 팀 타선이 침묵했다.
왜 잘하나= 시즌 직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콜로라도로 이적한 김병현은 전반기 내내 트레이드설에 시달리며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특히 잠수함 투수의 아킬레스건인 왼손 타자 공략에 실패하며 평균자책이 5.46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7월5일 엘에이 다저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클린트 허들 감독에게 믿을 심어줬고, 같은 달 25일에는 올 시즌 처음으로 7이닝을 소화하며 선발 자리를 완전히 꿰찼다. 마음의 안정은 완벽한 제구력으로 이어졌다.
김병현은 이날도 89개의 투구 가운데 63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었다. 볼넷 없이 몸에 맞는 공 1개만 내줬다. 왼손타자는 몸쪽과 바깥쪽을 넘나드는 공으로 승부했다.
송재우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제구력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강약을 조절하며 체인지업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남은 경기에서 2~3승은 더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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