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영노의 야구삼국지
삼성과 엘지의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린 2002년 11월10일 대구구장에는 조금씩 어둠이 깔렸다. 한국시리즈 7전 전패의 삼성에 또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다.삼성은 9회 초까지 6-9로 끌려갔다. 그런데 9회 말 1사 1·2루에서 이승엽이 이상훈을 상대로 3점 홈런을 뽑아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마해영이 바뀐 투수 최원호에게 끝내기 결승 홈런을 뽑았다. 창단 21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이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순간이었다. 선수들은 결승 홈런을 친 마해영을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김응용 감독은 그답지 않게 손을 부들부들 떨며 흥분을 진정시키느라 애썼다.
첫 경험은 짜릿하다. 더욱이 스포츠 팀의 창단 첫 우승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올해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에는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팀들이 하나씩 있다. 에스케이 와이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그리고 오릭스 버팔로스다.
에스케이는 전신인 쌍방울 레이더스를 포함해 국내 프로야구 8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 맛을 보지 못했다. 2003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현대에 3승4패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올해는 6~8월 석달 동안 승률 7할이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선두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박찬호의 영입으로 관심을 모은 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를 정복하지 못한 7팀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올해는 ‘운’이 좋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5할 승률로 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더라도 전력이 가장 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와일드카드제가 도입된 10시즌 동안 와일드카드 팀이 4번이나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듯이 단기전 승부는 알 수 없다.
오릭스 버팔로스는 지난해까지 일본 프로야구 12개 팀 중 유일하게 일본 시리즈와 인연이 없었다. 퍼시픽리그 우승만 4차례 했을 뿐이다. 그런데 긴테스는 올해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합병해 이름도 바꿨다. 민간철도기업인 긴테스는 장기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내년까지만 프로야구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오릭스 버팔로스는 현재 퍼시픽리그 4위다. 플레이오프 티켓이 주어지는 3위와는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약간 뒤진다. 오사카 팬들은 긴테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55년 무관의 한을 풀어주길 고대하고 있다.
올해는 세 나라 가운데 어느 곳에서 어느 팀이 첫 우승의 기쁨과 희열로 야구 팬들을 흥분시킬지 자못 궁금해진다. 스포츠평론가 younglo5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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