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1.16 16:44
수정 : 2014.01.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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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최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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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찾던중 김성근 감독에게서 온 한 통의 문자
“김 감독과 얘기 나눈 뒤 약간의 희망을 느껴…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는 게 인생의 재미”
“야구 선수로써 마지막 설렘이 될 것 같습니다. 도전만 해온 인생인데 앞으로 쉼표도 필요하겠죠.”
최근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에 입단한 풍운의 투수 최향남(43). 불혹을 넘긴 나이인데도 선수 생활에 대한 마지막 집념이 만만찮다. 다시 한국이나 일본 프로팀에서 선수로 뛰기를 원하는 최향남은 “김성근 감독과 얘기를 나눈 뒤 약간의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10일 일본 고치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최향남을 만났다.
기아에서 나와 다른 팀을 알아보던 그에게 온 한 통의 문자 연락. “인생은 순간이고 너도 너답게 해야되지 않겠나.” 김성근 고양 감독이었다. 필리핀에 머물고 있던 최향남은 6일 김 감독을 만난 뒤 고양 입단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2~3년 정도 비전을 갖고 열심히 하라”며 최향남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최향남은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는 ‘재미’에 이끌려서 고양을 택했다. 기대와 설렘이 크다”고 말했다.
고양에 있다가도 국내 팀이든 일본이든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는 “김성근 감독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많이 배운다. 내가 지금껏 익힌 야구 이론도 공유하고 감독의 스타일도 배우면서 몸을 만드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최향남은 “올해 기아에서 플레잉코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선수 자리나 코치 자리 모두를 뺏는 것 같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향남이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선수 생활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30대가 되면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30살을 넘긴 선수도 많은 것처럼 40살이 넘어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향남은 통념과 상식을 바꾸고 싶어했다. 그는 “누군가 길을 열어놔야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다. 현재의 상식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사람들이 정해놓은 길을 갈 필요도 없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는 게 인생의 재미”라고 말했다.
최향남은 구위가 올라왔다 싶으면 김 감독과 상의해서 일본 구단에서 테스트를 받을 기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직구 구속이 136~138㎞ 정도 나왔다. 나만의 투구 밸런스를 완성했기 때문에 욕심 내지 않고 준비 잘하면 충분히 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좀 더 높은 세상을 ‘노크’하는 사이 그의 인생은 빛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두 차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최향남은 도미니카, 멕시코, 대만,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했다. 그는 “그 곳에는 야구와 사람과 문화가 있다. 그 속에서 인생을 보게돼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너에서 감독과 팀 동료들이 ‘당신이 최고’라는 인정도 받았다. 메이저에 못갔지만 통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있어 후회는 없다”고 했다.
“야구는 좋은 기억”이라고 말하는 그는 “아직도 좋은 기억을 만들 미래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선수 생활을 계속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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