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27 21:02
수정 : 2014.03.2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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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홍성흔(오른쪽)과 호르헤 칸투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서로에게 에너지 넘치는 자세를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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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홍성흔과 외국인 거포 칸투
“프로데뷔 후 이런 용병은 처음”
“캡틴이 준 도움 후배에 전하겠다”
감독 교체·핵심 선수들 이적에
침체된 팀 분위기 띄우는 양념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죠.”
‘홍투 콤비’, 두산의 주장 홍성흔(38)과 외국인 거포 호르헤 칸투(32)를 한꺼번에 부르는 합성어다. 1루 수비를 두고 오재일과 경쟁하는 칸투는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한팀”이라며 팀워크를 강조하자, 홍성흔이 “캬~ 이건 용병한테서 나올 말이 아니다”라며 감탄한다. 홍성흔은 “칸투가 들어온 뒤 팀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며 칭찬했다. 칸투는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캡틴(홍성흔)이 많이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 캡틴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캡틴이 화가 나면 나도 화가 난다”며 우애를 과시했다.
프로야구 라이벌 엘지(LG)와의 개막전을 이틀 앞둔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의 ‘홍투 콤비’를 만났다. 올 시즌 김현수와 함께 막강 타선을 책임진다. 둘의 존재감은 타석에만 머물지 않는다.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분위기 메이커’다. 지난 시즌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한 홍성흔은 걸쭉한 입담으로 팀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다. 올해는 팀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어김없이 라커룸에서 춤을 추며 먼저 흥을 돋우는 칸투까지 가세했다.
칸투가 “캡틴한테 받은 도움을 어린 선수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하자, 홍성흔은 감격한 듯 “나는 아주 진짜…”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칸투의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주장인 홍성흔은 외국인 선수들과 대화하기 위해 매일 1시간씩 영어 공부를 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이런 홍성흔이 “프로 데뷔하고 이런 용병은 처음 봤다”고 하자, 칸투는 “우리는 정말 잘 통한다”고 맞받았다. 두 사람은 이심전심으로 상대방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 누수가 컸다. 김진욱 감독이 사임했고 이종욱과 손시헌, 최준석 같은 핵심 선수가 둥지를 떠나 팀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하지만 홍성흔은 “칸투가 오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칸투는 메이저리그에서 8시즌 동안 홈런 104개를 때려낸 강타자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처음이다. 그는 “한국 야구가 굉장히 빠르고 경쟁이 치열해 놀랐다. 매 타석 생각하게 만들어 신중하게 임하고 있다”며 “야구를 배우는 학생의 자세로 하루하루를 산다”고 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다. 홍성흔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0.167로 부진했고, 칸투는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홍성흔은 “나는 시범경기에서 좋았던 적은 없다. 개막전에 맞춰서 잘 준비했다”고 했고, 칸투 역시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개막전 엘지 선발 투수는 지난 시즌까지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선우(37)다. 홍성흔은 “좋은 후배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적, ‘잡아먹는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 팬들도 우리도 그걸 원한다”며 각오를 밝혔다. 칸투도 “라이벌 엘지와의 경기라 흥분된다. 누가 더 위에 있는 팀인지 겨뤄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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