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07 19:19
수정 : 2014.04.0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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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NC) 나성범은 작년과 올해 타격 자세가 달라졌다. 올 시즌에는 앞쪽 오른발을 살짝 들고 방망이를 눕힌 자세지만(왼쪽), 지난 시즌에는 오른발을 높이 들고 방망이를 세우는 자세였다. <엑스티엠>(XTM)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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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게스처럼 자세 수정
앞쪽다리 낮게 들고 배트 눕혀
올 6경기 4할 타율에 홈런 3개
“롤모델 추신수 조언도 들어”
2년차 징크스? 엔씨(NC) 나성범(25)에게는 없다. 스스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막 뒤 6경기에서 홈런 3개를 뽑아내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나성범은 지난 시즌 뒤 타격자세를 수정했다. 방향은 ‘메이저리거 스타일’이다. 힘을 바탕으로 한 간결한 스윙으로 장타와 정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풀타임 첫해였던 지난해에도 20홈런은 충분히 넘길 수 있는 재목으로 꼽혔지만 홈런 14개, 타율 0.243에 그쳤다. 나성범은 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해엔 힘을 싣는 타격을 했는데, 올해는 힘을 빼고 스윙을 한다”고 밝혔다. 앞쪽 발을 올리는 높이와 방망이 백스윙 폭을 줄였다. 그 결과가 홈런 3개(공동 2위)와 타율 0.409(6위)다. 외국인 타자들의 득세에도 전혀 기죽지 않는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타격 자세 차이가 뚜렷하다. 나성범은 “홈런을 노리고 친다는 생각은 버렸다. 정확히 맞춰야 홈런도 많이 나온다”고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엔 투수가 공을 놓기 한참 전부터 오른발을 높이 들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투수가 공을 놓기 직전에 오른발을 살짝 들었다가 놓는 방식으로 자세를 수정했다. 방망이도 90도 가까이 세웠었는데, 어깨 뒤로 눕히는 방식으로 바꿔 스윙이 빠르게 나올 수 있게 했다. 김광림 엔씨 타격코치는 “다리를 낮게 가져가면 중심이동이 빨라지고 공을 더 길게 볼 수 있다”고 자세 변화의 장점을 설명했다. 마해영 <엑스티엠>(XTM) 해설위원도 “메이저리그 최고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미겔 카브레라를 보면 모두 방망이 끝을 낮춰 든다. 그래야 방망이 돌아가는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격할 때 힘은 뺐지만 홈런 비거리는 지난해 평균 116m에서 올해 123m로 늘었다. 이승엽과 이대호가 국내 프로야구에서 기록한 홈런 비거리 평균이 각각 117m, 118m인 것과 비교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타격할 때 힘을 온전히 방망이에 싣고 있다는 방증이다.
변화는 또 있다. 메이저리그 거포들처럼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윙을 한다. 그는 “초구든 2스트라이크 이후든 항상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타격을 한다”고 했다. 초구에 3타수 2안타(0.667), 2구에 4타수 2안타(0.500) 등 결과도 좋다. 김정준 <에스비에스 스포츠>(SBS SPORTS) 해설위원은 “나성범이 지난해 스트라이크를 많이 놓친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림 코치는 “나성범은 좋은 공만 치려고 해 볼카운트가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초구라도 허리 위로 오는 공은 무조건 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나성범은 올해 초 미국 전지훈련 때 본인의 롤모델인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와 만나 조언을 들었다. 20홈런-20도루가 가능한 호타준족, 투수에서 타자로의 전업 등 두 선수는 닮은 점이 많다. 나성범 또한 아마추어 시절 추신수처럼 투수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꾼 바 있다. 메이저리그 스타일로 타격 자세를 바꾸며 ‘2년차 징크스’도 훌훌 날려버릴 태세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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