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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08 19:25 수정 : 2014.04.08 20:54

조범현(왼쪽) 케이티 감독과 박경완 에스케이 2군 감독이 8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퓨처스리그 경기 전 감독실에 앉아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케이티 제공

퓨처스리그 사제 대결서
SK, KT에 14-2 대승 거둬

사제 간이었던 조범현(54) 케이티 감독과 박경완(42) 에스케이 2군 감독이 8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맞붙었다. 프로야구 2군팀끼리 맞붙는 퓨처스리그에서였다.

지난해 말 은퇴 뒤 곧바로 2군 사령탑이 된 박경완 감독은 경기 시작 전 더그아웃 앞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스승님과 감독 대 감독으로 만날 줄 상상도 못했죠. 실감이 안 나지만 설레기도 하네요. 옛날 생각 많이 납니다.”

박 감독은 1991년 전주고를 갓 졸업한 신인으로 신생팀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했다. 당시 쌍방울의 배터리 코치가 바로 조범현 감독이었다. 조 감독은 박 감독과의 첫 만남을 생생히 기억한다. “경완이가 그땐 정말 어렸어요. 야구에 대한 마인드도 전혀 갖춰지지 않았죠.” 그랬던 박경완이 조 감독의 손을 거쳐 국내 최고 포수로 성장했다.

조 감독은 블로킹이 약했던 박 감독을 호되게 훈련시켰다. 4~5m 앞에서 펑고배트로 때린 공을 몸으로 막는 연습을 하루에 1000번 넘게 시켰다. 훈련이 끝나면 온몸이 녹초가 됐다. 박 감독은 이를 악물고 조 감독의 훈련을 이겨냈다. 2002년 12월 에스케이에서 감독과 선수로 다시 조우한 이듬해에는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영광을 함께하기도 했다.

박경완 감독은 “훈련이 너무 힘들어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조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감독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선수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박 감독에게 조언했다. 선수 시절 혹독한 훈련을 받은 박 감독이 과연 에스케이 포수들에게도 같은 훈련법을 강요할까. 박 감독은 “시대가 달라졌다. 그런 훈련은 사실상 어려우니 나 같은 포수도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며 웃었다.

절친한 사제 간이라도 냉철한 프로 세계에서 승부는 승부다. 두 감독은 서로를 향해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바로 조 감독님께 배운 것이죠.”(박경완 감독) “어떤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습니다.”(조범현 감독)

이날 경기는 제자 박 감독의 에스케이가 케이티에 14-2로 대승을 거뒀다. 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조 감독을 찾아가 “수고하셨습니다”라며 깍듯하게 인사했다.

두 감독은 다음달 또 한명의 ‘영원한 스승’과 승부를 벌인다.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이다. 조 감독의 고교 시절 은사이자 쌍방울 코치 때 사령탑이 바로 ‘야신’ 김성근이었고, 박 감독은 김성근 감독과 함께 2000년대 ‘에스케이 왕조’를 이뤄냈다. 두 제자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스승님과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수원/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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