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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09 10:33 수정 : 2014.04.09 10:45

1974년 4월 8일 다저스전서 베이브 루스 기록 넘어서

1974년 4월 8일(이하 현지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미국프로야구(MLB) 경기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애틀랜타 풀턴 스타디움.

 1-3으로 뒤진 애틀랜타의 4회 공격 때 4번 타자 행크 에런이 다저스 선발 투수 알 다우닝의 2구를 받아쳐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동점 투런 아치를 그렸다.

 당시 불멸의 기록으로 평가받던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통산 홈런 714개를 넘어 역사적인 애런의 715번째 홈런이 탄생한 순간이다.

8일은 메이저리그(MLB)의 ‘전설’ 행크 에런이 베이브 루스의 통산 최다홈런 기록을 깬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에런이 지난 6일(한국시각) 열린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시카고 컵스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1964년 인종 차별을 금지한 민권법이 제정되고 1965년 흑인들의 자유로운 투표를 보장한 투표법이 반포됐으나 여전히 미국 사회에 흑백 장벽은 사라지지 않았다.

 백인 루스의 기록 경신을 앞둔 흑인 에런은 백인 팬들에게서 “루스의 기록을 절대 못 깰 것이다”, “백인은 흑인(jungle bunnies)보다 우월하다”, “내 총은 늘 흑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는 등의 숱한 위협 편지를 받았다.

 그러나 에런은 이에 굴하지 않고 불혹의 나이에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러 마침내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에런이 MLB에서 인종 장벽을 깨고 당시로서 통산 최다 홈런왕에 등극한 지 40주년을 맞은 8일, 메이저릭그 사무국과 애틀랜타 구단은 MLB 출범 후 위대한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런(80)의 업적을 기렸다.

 애틀랜타는 구단은 이날 터너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서 앞서 애틀랜타 지역 내 모든 대학과 프로 스포츠팀의 유니폼을 모은 뒤 에런의 이름과 등번호(44번)를 박은 유니폼을 전시하고 성대하게 프랜차이즈 스타를 환영했다.

 715명의 팬이 에런이 친 홈런 숫자판을 하나씩 들고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고, 팬들은 기립박수로 에런을 맞이했다.

 두달 전 왼쪽 엉덩이뼈를 다쳐 보조기에 의존해 마이크를 잡은 에런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경기에서 매 순간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며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테리 맥거크 애틀랜타 구단 사장과 은퇴한 중계 캐스터 피트 밴 위런은 “에런이야말로 진정한 홈런왕”이라고 추앙해 갈채를 이끌어냈다.

 1947년 4월 15일 흑인 재키 로빈슨(다저스)이 메이저리그 최초로 인종의 벽을 무너뜨린 이래 흑인으로 두 번째로 굵직한 이정표를 남긴 에런은 메이저리그 통산 23년간 타율 0.305, 홈런 755개, 타점 2천297개, 안타 3천771개, 6천856루타를 남긴 불세출의 타자다.

 그는 통산 타점과 루타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에런은 762개를 친 배리 본즈(2007년 은퇴)에게 최다 홈런의 영광을 내주고 이 부문 2위로 물러났지만 많은 야구 전문가와 팬들은 약물에 의존한 본즈보다 약물 없는 시대에 무섭게 장타를 쏟아낸 에런을 최고의 슬러거로 평가하고 있다.

 에런은 “바로 뒤 타자인 더스티 베이커(전 신시내티 감독)에게 오늘 밤 꼭 신기록을 세우겠다고 너덧 번 말했던 같다”고 당시 715번째 홈런을 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잊지 않고자 생명을 위협하던 백인들의 편지를 메모로 정리해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에런은 “내가 루스의 기록을 맹렬히 추격하던 당시와 지금의 흑인 인권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다”며 “올바른 길을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갔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잔존하는 흑백 차별 분위기에 안타까운 심경을 나타냈다.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흑인 선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며 “이는 발전이 아닌 퇴보”라고 개탄했다.

(댈러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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