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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11 16:27 수정 : 2014.04.11 16:46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오른쪽)과 코치진.

11일 경기도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퓨처스(2군)리그 고양 원더스 대 경찰청과의 경기. 1루쪽 관중석엔 30여명의 관중들이 옹기종기 앉아 경기를 보고 있었다. 마치 소풍을 온 듯한 이들 가운데 한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정이슬(27)씨는 동생이 고양 원더스 포수 정규식이다. 정규식은 일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뒤 현지 사회인 야구팀에서 뛰다가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고 싶어 한국에 들어왔다. 프로 팀 입단테스트를 받고 싶었지만 시간을 놓쳐 일단 고양에서 테스트를 받고 2013년 말에 입단했다. 팀내에서는 실력을 인정 받아 올 시즌 고양이 치른 4경기에 모두 선발 포수로 출전하고 있다.

정씨는 “동생이 김성근 감독님의 훈련이 정말 힘들지만, 프로팀에 가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정규식이 대기 타자석에 들어서자 “저 선수가 내 동생”이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그는 동생을 응원하기 위해 고양구장을 찾기는 했지만, 1군 경기와 달리 가깝고 생생하게 경기를 볼 수 있는 2군 경기의 장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기 중 잠깐 자리를 비웠던 정씨는 한참 뒤 양손에 가득 과자가 든 비닐봉투를 들고 다시 관중석으로 왔다. “동생이 과자를 정말 먹고 싶어 해요. 동료 선수들이 많으니까 이 만큼은 사줘야 해요.”마치 남동생을 군대에 보낸 듯한 표정이었다.

경기 수원에서 온 채홍근(49·자영업)씨도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고양구장을 찾았다. 고양에 올해 1월 입단한 외야수 채기영이 그의 아들이었다. 아직 한 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채씨는 표정이 밝았다. 그는 “아들이 언젠가 프로팀에 입단하는 날이 오길 기도하며 모든 경기에 응원하러 온다”고 했다. 독립구단 고양을 창단한 허민 구단주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자비를 들여 선수들을 육성해줘서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고양 선수의 가족은 아니지만 고등학생 아들이 야구선수인 아버지도 있었다. 고양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안규종(49)씨는 학교와 이름을 밝히긴 거부했지만, 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야구장에 왔다. 채씨는 “‘야신’ 김성근 감독의 팀이 벌이는 경기를 이렇게 가깝게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자주 경기를 보고 견문을 쌓아 아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양 원더스는 신인 드래프트 탈락, 방출 등의 아픔을 가진 선수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그들의 열정이 익어가는 곳에 그들의 응원군도 있었다. 고양 원더스는 경찰청에 13-7로 승리해 개막 이후 4연승을 달렸다.

고양/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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