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15 18:39
수정 : 2014.04.15 22:31
당겨치는 외국인 선수 많아져
왼쪽·오른쪽 극단적 수비 이동
1966년 6월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 1점 차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홈런 타자 행크 에런이 타석에 섰다. 메츠 내야수들은 기존의 수비 대형을 파괴했다. 1루수는 1루 베이스에, 2루수는 2루 베이스에 바짝 붙어 1·2루 사이를 텅 비웠다. 우전 안타 가능성을 포기한 ‘수비 시프트’였다. 결과는 중견수 뜬공 아웃이었다.
50년 전에도 통계를 바탕으로 수비 시프트를 시도한 곳이 미국 프로야구다. 확률을 믿고 도박과도 같은 수비 대형을 선보였다. 1946년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보스턴 레드삭스 왼손 타자 테드 윌리엄스를 상대로 처음 시도된 수비 대형 파괴는 요즘도 필요할 때마다 선보이고 있다. 수비의 목적은 어떤 위치에 있든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수비 시프트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당겨치길 좋아하는 외국인 타자들이 대거 영입됐기 때문이다. 상대가 왼손 타자일 경우 내야수들은 원래 위치에서 오른쪽(1·2루 쪽)으로 이동하고, 오른손 타자일 경우 왼쪽(2·3루 쪽)으로 수비 위치를 잡는다.
올 시즌 외국인 타자들의 타구 방향을 분석해보면 왜 수비 시프트가 필요한지 드러난다. 13일 경기까지 에스케이(SK) 왼손 타자 루크 스캇은 안타 10개 중 5개(50%)를 우익수 방향으로 쳤다. 롯데 왼손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도 안타 5개 중 3개(60%)가 우익수 쪽으로 치우쳤다. 오른손 타자인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는 안타 10개 중 7개(70%)를 좌익수 쪽으로 보냈다. 두산 오른손 타자 호르헤 칸투는 지금껏 8개의 안타를 쳤지만 단 한번도 중견수 오른쪽으로 간 적이 없다.
수비 시프트를 뚫는 방법은 극단적 수비 대형으로 생긴 빈 공간으로 타구를 날리는 것이다. 거포들은 이를 알면서도 굳이 밀어치기를 자주 시도하지는 않는다. 타격 자세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점점 공을 방망이 중심에 맞히기 어렵게 되고, 슬럼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용철 <케이비에스>(KBS) 해설위원은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상대의 수비 시프트에도 자신의 타격 자세를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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