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08 19:17
수정 : 2014.05.0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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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이 주무기로 사용하는 싱커 그립을 잡은 모습.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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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대 공으로 최고투수 된 유희관
속구·슬라이더에 싱커 위력적
유일 1점대 방어율·승률 100%
“슬럼프 대비하려 포크볼 연마”
선발때 한 유니폼 입는 징크스
“6~7이닝 이상 책임지고 싶어”
가장 자신있는 구질의 그립을 잡아보라니까 “다 자신있는데요”라면서 웃는다. “무실점해도 타자들이 점수 안 뽑아주면 이기지 못하고, 5~6점 내줘도 타자들이 6~7점 뽑아주면 이기는 게 야구잖아요”라고 할 때는 자못 해탈한 모습마저 엿보인다. 2대 독자라는 이 남자, 참 긍정적이다. “부모님, 삼촌까지도 올해 못할까봐 걱정하셨다”는 두산 유희관(28)을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2년차 징크스’ 운운하지만 사실 그는 프로 6년차 선수다. 2009년 프로 데뷔 뒤 1~2군을 오가다 군복무(상무)를 한 뒤 지난해 비로소 풀타임을 뛰었다.
유희관은 8일 현재 9개 구단 투수들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1.91)을 기록중이다. 시즌 첫 등판(4월1일 넥센전 5⅔이닝 3실점) 이후 5경기 연속 7이닝 이상 2자책 이하의 투구도 이어오고 있다. 4승 무패로 승률 100%.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99(부문 1위)에 불과하다. 현시점에서 리그 최고 투수는 단연 유희관이다.
속구·싱커·슬라이더·커브 등 던지는 공은 “다 자신있지만”, 작년부터 오른손 타자를 쩔쩔매게 한 것은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싱커다. 공을 놓는 위치부터 바깥쪽에서 날아와 다시 바깥쪽으로 휘기 때문에 오른손 타자에게는 공이 더 멀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유희관은 몸에 맞는 공 위험 때문에 지난해에는 왼손 타자를 상대로는 싱커를 잘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감이 쌓이면서 올해부터는 과감히 뿌리고 있다. 속구·슬라이더만 던지다가 싱커가 추가되니 상대 왼손 타자들이 헷갈려하는 면이 있다. 그는 올 시즌 왼손 타자 상대 0.232, 오른손 타자 상대 0.200의 피안타율을 보이고 있다.
위기에 대비해 포크볼도 연마하고 있다. 지금은 싱커만으로도 타자 승부가 가능해 실전에서는 한번도 안 던졌다. “왼손 타자에 대한 결정구로 쓰려고 포크볼을 배웠는데 아직은 안 써봤어요. 포수 양의지도 공이 괜찮다고 하는데, 언젠가 닥칠 슬럼프를 위해 아껴둬야죠.” 야구 9단이 따로 없다.
스트라이크존 코너를 찌르는 칼날 제구력과 함께 “지는 것을 싫어하는” 강한 승부욕은 그의 최대 무기이다. 중앙대학교 시절 야간훈련을 거르고 한 농구부 주전 김선형(서울 SK)과의 3점슛 내기에서 이기고, 야수조와 투수조의 레크레이션 축구에서 졌다고 후배 투수들에게 축구 연습을 줄곧 시키기도 했으니 못 말리는 승부욕이다. 빨라야 130㎞대 공을 던지면서도 살벌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대 동력이다. “공 느리다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칠 테면 쳐보라고 던져요. 그러면 상대 타자는 더 황당해하죠. 제가 자신감 빼면 시체거든요. 하하하.” 유희관은 주자 없을 때(0.272)보다 주자 있을 때(0.119) 피안타율이 더 낮고, 득점권 피안타율은 0.120에 불과하다. 그의 두둑한 배짱을 잘 설명해주는 수치다.
유희관의 징크스는 조금 특이하다. 스프링캠프 청백전 때 처음 입었던 유니폼, 양말, 벨트, 언더셔츠 등을 시즌 내내 선발 등판 때만 입는다. 경기용은 다른 유니폼 등과 헷갈리지 않게 따로 매직으로 표시를 해둔다. 선발 투수라는 보직상 출전 날짜가 정해졌으니 가능해진 징크스 아닌 징크스다. 그의 올해 목표는 경기용 유니폼을 시즌 끝까지 별 탈 없이 입는 것이다. “중간으로 뛰다가 시즌 중반에 선발로 보직 변경을 했던 작년(10승7패 평균자책 3.53)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보다는 올해 처음 선발로 풀시즌을 뛰니까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어요. 선발 투수로 6~7이닝을 책임져주면서 로테이션을 계속 지키고 싶습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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