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07 18:50
수정 : 2014.08.07 18:50
야구전문가 12명 설문 결과
2014년 프로야구 타격왕 경쟁은 팀 순위 싸움보다 더 재미있다. 김태균(32·한화), 이재원(26·SK), 김주찬(33·KIA)은 누가 더 잘 치는지 내기라도 한 듯 경쟁적으로 방망이 솜씨를 뽐내고 있다. 8월 초순까지 3명의 타자가 3할8푼대 안팎의 타율을 기록중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정규리그 일정을 70% 이상 소화한 시점에서 삼성 김성래 수석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허구연 <문화방송> 해설위원 등 12명에게 ‘타격왕에 누가 유리할까’라는 주제로 최근 전화 설문 조사를 했다.
야구 전문가들이 꼽는 타격왕 0순위는 김태균이다. 12명 중 6명이 김태균을 가장 유력한 타격왕으로 꼽았다. 2012년 타격왕에 올랐던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 박흥식 타격 코치는 “김태균은 하체가 안정돼 있고 공을 오래 본다. 다른 선수들보다 반박자 늦게 공을 뒤에 놓고 치는데 스윙도 몸에 비해 간결하다. 유인볼이나 나쁜 볼에 속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김태균은 현재 타율(0.387)뿐만 아니라 출루율(0.478·이상 6일 현재)에서도 1위에 올라 있다.
수상 경험 있는 김태균 0순위
하체 안정, 유인볼에 속지 않아
6월이후 0.432…상승세 무서워
4명은 빠른 발 가진 “김주찬” 맞히는 능력 좋아 안타 잘 만들고
타석수 적어 몰아치기하면 유리
2명은 “아직 모른다” ‘포수’ 이재원, 체력·경험서 불리
부상복귀 손아섭 최대복병 꼽아
이효봉 <엑스티엠> 해설위원은 “최다안타가 아닌 타율 경쟁은 선구안이나 방망이 콘택트 능력이 중요한데 김태균이 3명 중 제일 낫다. 4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다가 점점 떨어졌던 2012년과 달리 올해는 시즌 초반에 조금씩 치다가 6, 7월부터 타율을 끌어올린 것도 주목할 점”이라고 했다. 김태균은 5월 말까지 타격 8위(0.352)로 처져 있었으나 6월부터 타율을 끌어올리며 기어이 타격 수위 자리를 차지했다. 김태균의 6월 이후 타율은 0.432에 이른다. 김성래 수석코치나 <엠비시스포츠플러스> 박재홍 해설위원, <문화방송> 허구연 해설위원, <에스비에스스포츠플러스> 안경현 해설위원도 김태균의 손을 들었다. 하지만 정작 김태균은 “개인 기록 욕심보다는 팀 성적이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나머지 6명 중 “아직은 모른다”고 답한 에스케이(SK) 김경기 타격코치, 한화 이종범 작전주루코치를 제외하고 4명은 김주찬을 선택했다. <에스비에스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김주찬은 선구안은 조금 떨어지지만 방망이 콘택트 능력은 좋아서 어떤 코스의 공이라도 쳐낸다. 빠른 발 때문에 내야 안타나 번트 안타 생산 능력 또한 좋다”고 했다. 엘지(LG) 김무관 타격코치도 “김주찬은 집중해서 한번 불이 붙으면 몰아치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주찬은 올해 출전한 66경기 중 15경기에서 3안타 이상을 뽑아냈다. 10경기 연속 멀티 히트(2안타 이상) 진기록으로 최소경기 100안타 신기록(62경기)도 세웠다.
두산 장원진 타격코치는 타석수를 이유로 들었다. 장 코치는 “타격왕 경쟁은 타석수가 적은 선수가 더 유리한데 김주찬이 타석수가 적기 때문에 몰아치기만 하면 타율 올리기가 쉬울 것”이라고 했다. 6일 현재 김주찬은 282타수, 김태균은 287타수, 이재원은 312타수를 기록하고 있다. <에스비에스스포츠> 김재현 해설위원도 김태균, 이재원과 달리 빠른 발을 갖고 있는 김주찬의 우위를 예상했다. 김성래 수석코치나 박재홍 해설위원은 김주찬의 잦은 부상을 돌발변수로 꼽았다.
7월 중순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던 이재원은 단 한명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풀타임 출전이 올해 처음이고, 체력적으로 힘든 포수라는 포지션 때문이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이재원이 지금껏 풀타임으로 뛴 적이 한번도 없어서 관리 방법 등에 있어서 다른 선수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재현 해설위원 또한 “하체 밸런스가 좋기는 한데 멘탈적인 게 아직은 부족하다. 포수라는 포지션상 나중에는 체력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원의 타율 추이(4월 0.463→5월 0.429→6월 0.398→7월 0.384)를 보면 점점 떨어지는 게 한눈에 보인다. 김경기 코치는 “이재원은 스윙이 짧게 나오기 때문에 공을 오래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이 워낙 잘 보여서 그런지, 나쁜 공에도 방망이를 갖다 댄다. ‘공을 다 칠 수는 없으니 실투만 노리라’고 계속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명 외에도 부상을 털어내고 6일 1군에 합류한 롯데 손아섭(26)을 최대 복병으로 지목했다. “방망이를 칠 때 가장 이상적인 테이크백을 갖고 있고”(이순철 해설위원) “몰아치기가 가능하다”(장원진 타격코치)는 이유에서였다. 막판 체력 싸움을 최대 변수로 꼽기도 했다. 현역 시절 4할에 가장 근접한 타율(0.393·1994년)을 기록했던 이종범 작전주루코치는 “40경기 정도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는 체력과의 싸움이 제일 중요하다. 컨디션도 컨디션이지만 막판까지 차분한 선수가 타격왕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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