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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11 11:04 수정 : 2014.09.11 16:42

11일 경기도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열린 고양 원더스 선수단 미팅에서 팀 해체 결정이 발표되자 선수들이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하송 단장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해 해체”…선수들 끝내 눈물
2군 정규경기 편성 좌절, 연간 운영비 20~30억 소요 등이 원인

지난해 11월, 한겨레신문사 야구 동아리 ‘야구하니’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기자에게 김성근(72) 고양 원더스 감독은 “테스트받으러 왔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그만큼 그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그런 그도 고양원더스의 해체 소식 앞에선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고양원더스 하송 단장은 원더스의 해체 소식을 전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11일 오전, 한가위 연휴가 끝난 뒤 첫 선수단 미팅에서 청천병력같은 소식을 들은 선수들 사이에선 눈물과 한숨이 섞였다. 9·11 테러 13주년이던 이날 원더스 선수들에겐 테러보다 더 큰 충격적인 뉴스였다.

2014년 9월11일, 그들의 도전은 멈췄다. 원더스는 지난 세 시즌 동안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1년 12월 창단한 원더스는 이듬해인 2012년 20승 7무 21패(승률 0.488)로 5할 승률을 밑돌았다. 하지만 2013년엔 27승 6무 15패(승률 0.643)의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프로 지명을 못 받은 선수들이 프로에 지명된 선수들과 펼친 결과였다. 올해도 43승 12무 25패로 지난해와 비슷한 승률(0.632)을 기록했다. 김성근 감독의 말대로 “열정을 가지고 파고든” 결과였다.

그 사이 프로에 입단한 선수는 2012년 7월 투수 이희성이 LG 트윈스에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 KT 위즈와 계약한 외야수 김진곤까지 무려 22명에 이른다. 김 감독이 “딸 시집 보내는 기분”이라고 표현할만큼 애지중지 키운 선수들이다.

선수 뿐 아니라 지도자도 프로에 잇따라 ‘스카우트’됐다. 신경식 타격코치가 2012년 말 LG로, 김실 수비코치가 2013년 시즌 종료 후 KIA로, 오기 야쓰시 배터리 코치가 KT로 갔다.

원더스가 유명세를 타면서 언제부턴가 선수들 스스로 구단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10월에는 통산 112승을 기록한 김수경 전 넥센 투수코치와 1군 무대에서 15시즌을 뛴 베테랑 투수 최향남이 원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원더스의 원대한 실험은 세 시즌 만에 막을 내렸다. 하송 단장은 해체 이유에 대해 “구단 운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했다. 하 단장이 말한 ‘안정성’에는 재정의 안정성보다 ‘경기의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 서운함이 묻어난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독립구단인 원더스는 독립리그가 없는 상황에서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에서 번외경기 형식으로 경기를 치렀다. 원더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줄곧 “퓨처스리그 정규편성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존 구단의 반대로 경기 수가 축소됐다. KBO는 2012년과 2013년 48경기였던 경기 수를 올해와 내년 90경기로 늘리는 선에서 원더스의 요청을 무마했다. 하지만 원더스는 “그렇다면 후년엔 또 어떻게 하느냐. 우리 팀에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연간 운영비도 애초 10억원 가량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훨씬 웃도는 20억~30억원 가량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한겨레티브이 대담 프로그램인 ‘한겨레담’에 출연한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김동훈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결국 한국 야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독립구단 원더스는 절반의 성공을 이룬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꿈을 먹고 자라던 원더스 선수들에게도 다시한번 시련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시련일 뿐 실패는 아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노력 여하, 생각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열정을 가지고 파고들면 얼마든지 길은 있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해 11월, 원더스 출범 2년을 맞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김성근의 돌직구 "야신은 없다" [한겨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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