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26 17:06
수정 : 2014.09.26 17:07
데릭 지터, 은퇴전에서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
20년간 양키스…등번호 2번 ‘영구 결번’하기로
20년 세월을 뒤로 하고 정든 구장을 떠나는 뒷모습도 ‘뉴욕의 영웅’ 다웠다. 뉴욕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40)가 자신의 마지막 안방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날리며 뉴욕팬들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선물했다.
지터는 26일(한국시각)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안방경기에서 5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리며 팀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지터는 5-5로 맞선 9회말에는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서 상대 투수 에반 미크의 초구를 공략해 2루 주자 앤토안 리처드슨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지터는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고, 동료들은 그를 둘러싸며 함께 기뻐했다. 지터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5만명의 팬들은 지터의 이름을 연호했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 지터는 모자를 벗고 안방팬들에게 인사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메이저리그 누리집 <엠엘비닷컴>은 “영원한 주장, 영웅이자 전설로 퇴장하다”라는 기사로 지터의 마지막 안방경기를 기렸다. 지터는 “내가 꿈꿔온 이상의 순간이다.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즐거운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팬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터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양키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이날 경기는 지터가 양키스타디움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됐다. 19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20년 동안 양키스 한 팀에서만 뛰어오며 주장이자 주전 유격수로서 양키스의 전성기를 이끌어온 그였다. 양키스의 상징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그가 일군 월드시리즈 우승만 5번이다. 그의 마지막 안방경기를 기념하기 위해 동료들은 모자와 유니폼에 지터의 등번호 2번이 박힌 패치를 붙이고 경기에 임했다. 버니 윌리엄스, 앤디 페티트, 마리아노 리베라, 호르헤 포사다, 조 토리 전 양키스 감독 등 지터와 양키스에서 영광을 함께 나눴던 ‘역전의 용사’들도 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지터가 은퇴하면서 양키스는 지터의 등번호 2번을 영구 결번하기로 했다. 지터는 양키스에서 한자릿수 등번호를 단 마지막 선수가 됐다.
데릭 지터는 양키스 팬들에게 각별한 선수였다. 지터는 20년의 메이저리그 생활 동안 홈런왕이나 타격왕에 오른 적도 없고,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적도 없다. 보유하고 있는 통산 최다 기록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지터는 기복없이 매 시즌 꾸준하게 활약하며 동료와 팬들에게 신뢰를 얻었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겸손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태도로 사랑을 받았으며 동료들 사이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해 스타군단을 하나의 팀으로 뭉치게 했다. 1980년대 기나긴 암흑기를 걸었던 양키스는 지터가 등장한 1990년대 중반 이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었다. 스테로이드로 메이저리그가 멍들 때에도 지터 만큼은 단 한순간도 의혹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간절한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마법같은 플레이가 있었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 ‘9·11 테러’의 여파로 절망에 빠져 있던 뉴욕팬들 앞에서 데릭 지터는 3-3으로 맞선 10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애리조나의 ‘특급잠수함’ 김병현을 상대로 끝내기 솔로포를 터뜨렸다.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11월로 이어진 월드시리즈에서 극적인 홈런을 터뜨린 지터의 별명은 이때 이후로 ‘미스터 노벰버’가 됐다. 포스트시즌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지터였던 만큼 그의 마지막 시즌에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팬과 선수 본인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터는 27일부터 매사추세츠주 펜웨이파크에서 열리는 ‘영원한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3연전에서 자신의 현역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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