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29 18:54
수정 : 2014.10.29 21:04
캔자스시티, WS 6차전 10-0 완승
30일 샌프란시스코와 ‘마지막 승부’
‘RIP/OT #18’
29일(한국시각) 열린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선발 등판한 요다노 벤추라(23·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모자에 적힌 글귀였다. ‘RIP’는 ‘Rest In Peace’(평화 속에 잠들기를)의 약자고, ‘OT’는 최근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불의의 교통사고로 절명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최고 유망주 오스카 타베라스를 상징한다. 타베라스의 등번호는 ‘18번’이었다.
벤추라는 타베라스와 같은 팀에서 뛴 적도 없고 나이도 한 살 많지만 같은 도미니카 출신으로 마이너리그의 힘든 시절을 서로 의지하며 견뎌냈던 막역한 사이다. 메이저리그 규정상 모자에 특정 메시지를 쓸 수는 없으나 벤추라는 규정을 위반해 벌금을 내는 것까지 감수하고 단명한 타베라스를 애도했다. 그리고, 친구를 잃은 슬픔을 강력한 투구로 승화시켰다.
벤추라는 이날 캔자스시티 안방팬들 앞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강타선을 시속 100마일(161㎞) 안팎의 빠른 속구로 녹다운시키며 7이닝 3피안타 5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수는 100개. 혼이 실린 벤추라의 호투와 3회까지 8점을 뽑아낸 타선 덕에 캔자스시티는 10-0, 대승을 거두면서 월드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갔다. 벤추라는 경기 뒤 “마이너리그에서 타베라스를 상대로 경기를 많이 했었다. 경기장 밖에서는 서로의 집을 방문하면서 함께 놀기도 했다. 그의 친구였기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도미니카공화국 국기를 어깨에 두르고 있기도 했다. 벤추라의 통역관은 “벤추라가 도미니칸이라는 사실을 아주 자랑스러워한다.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타베라스를 생각했고 월드시리즈 6차전도 그를 위해 던졌다”고 밝혔다. 벤추라는 첫 월드시리즈 경험에서 2경기 선발등판해 평균자책 1.45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2승3패의 벼랑 끝에서 살아난 만년 꼴찌 팀 캔자스시티는 30일 오전 9시7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7차전에서 29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타임>은 ‘캔자스시티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985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에도 6차전 9회에 기적적으로 살아나 7차전에서 우승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 0.56의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가 7차전에 구원투수로밖에 등판하지 못한다는 것도 캔자스시티에 호재”라고 보도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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