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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넥센 한국시리즈, ‘양이냐 질이냐’ |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가 격돌하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거칠게 정리하면 양(量)에서는 삼성이, 질(質)에서는 넥센이 앞선다.
삼성은 프로 출범 이후 내내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꾸준히 강호로 군림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팜 시스템’(신인을 조직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강화한 삼성은 내부에서 기른 좋은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해도 또 다른 누군가가 그 공백을 그 이상으로 착실하게 메워준다. 4번 타자 최형우가 부상을 당해 최형우 없이 시작한 올 시즌 후반기 13경기에서 11승 2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삼성의 저력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삼성은 사상 최초 한 시즌 200안타의 서건창, 52홈런의 박병호, 유격수 최초 40홈런의 강정호를 보유한 넥센 타선과 견주면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상·하위 타선이 고른 기량을 자랑한다. 주전 선수와 백업 선수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고 대타 요원은 물론 대수비, 대주자 요원도 풍부하다.
투수진으로 눈을 돌리면 그 차이가 더욱 명확하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예상 선발진은 릭 밴덴헐크(13승), 윤성환(12승), 장원삼(11승), J.D. 마틴(9승), 배영수(8승)다.
5선발진이 확고한 삼성에 비해 넥센은 헨리 소사(10승)-앤디 밴헤켄(20승)-오재영(5승)으로 이어진 1~3선발로 플레이오프를 버텼다.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 중인 문성현이나 정규시즌에서 삼성에 강했던 김대우가 한국시리즈 선발진에 합류할 수 있으나 선발진 선택의 폭은 삼성이 훨씬 다양하다.
물론 ‘원투펀치’에서는 소사와 밴헤켄이 낫지만, 삼성이 선발 자원 2명을 한 경기에 투입하는 ‘1+1’ 전략으로 나선다면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불펜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은 마무리 투수 임창용에 앞서 셋업맨 안지만을 필두로 차우찬, 심창민(권오준), 권혁이 뒤를 받친다. 전천후 불펜으로는 김현우, 박근홍, 백정현이 있다.
이에 반해 넥센은 믿을 만한 불펜 투수가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뿐이다. 넥센은 플레이오프에서 선발이 물러난 이후 이 세 명의 투수에게 경기 후반을 맡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선발의 뒤를 이어 긴 이닝을 소화해줄 롱릴리프가 없고 이 세 투수와 나머지 불펜 투수의 기량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이 자랑하는 좌타라인을 봉쇄할 좌완 불펜이 한 명도 없다는 점도 넥센의 고민거리다.
부상만 아니었으면 신인왕을 따고도 남을 강속구 투수 조상우, 홀드왕 한현희, 세이브왕 손승락은 예전보다 위력이 떨어진 삼성 불펜진에 비해 확실한 필승 카드지만 한국시리즈가 7전 4승제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5전 3승제의 플레이오프보다 2경기를 더 치르는 한국시리즈에서 넥센이 정규시즌이나 플레이오프에서처럼 조상우와 한현희, 손승락을 뒤지는 상황에서 투입한다는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넥센으로서는 이 세 투수의 체력 안배를 고려해야 할 테고, 훨씬 더 조심스럽게시리즈를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승부의 관건은 삼성의 물량공세에 맞서 넥센이 소수정예 요원들을 얼마나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4일 오후 6시 30분 삼성의 홈인 대구구장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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