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08 16:56
수정 : 2014.11.08 16:56
|
8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7회말 1사, 솔로홈런을 친 넥센 유한준이 그라운드를 돌며 기뻐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
한국시리즈 4차전서 넥센, 삼성 9-3 꺾어
서건창 등 발로 만든 2점 이후 홈런 4방 쾅쾅
발야구 투혼이 ‘거포군단’ 넥센의 홈런 본능을 깨웠다. 1승 뒤 2연패로 수세에 몰렸던 넥센은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을 9-3으로 완파하고 승부의 균형추를 다시 맞췄다.
선발 앤디 밴헤켄의 눈부신 호투와 경기 초반 터진 유한준과 이택근의 홈런포 두방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그 촉발제는 어떻게든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하고자 하는 투혼의 발야구였다. 팀혼런 1위(199개) 팀타율 2위(0.298)의 넥센은 공격의 팀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 역시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우리팀의 장점은 공격력이다. 넥센다운 야구를 펼치는 게 팬들을 위한 길인 동시에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시리즈가 시작되자 넥센 타선은 침묵했다. 3차전까지 3경기에서 팀타율 0.165, 경기당 2득점으로 빈타에 허덕였다. 최고의 리드오프 서건창이 12타수1안타(타율 0.083)에 그친 것을 비롯해 홈런왕 박병호(9타수 1안타), 강정호(10타수 1안타·타율 0.100), 이택근(11타수 2안타·0.182), 김민성(10타수 2안타) 등 중심타선의 침묵이 길어졌다. 넥센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4차전에서는 달랐다. 3차전에서도 1득점에 그치며 패해 1승2패로 위기에 몰린 넥센은 경기 초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했다.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서건창은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전성기 시절 모습이었다.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2루와 3루를 연이어 훔쳐 3번 타자 유한준의 우익수 뜬공 때 홈을 밟았다. 서건창은 다음 타석에서 강타자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후속타가 터지길 기다리기보다 위험을 무릅쓰고 한 베이스를 더 뛰는 야구로 적시타 없이 선취점을 획득한 것이다. 홈런타자 박병호도 뛰는 야구에 동참했다. 2아웃 뒤 좌중간 2루타로 출루한 박병호는 다음 타석에서 강정호가 평범한 3루 땅볼을 쳤지만 3루로 전력질주를 했다. 3루수 박석민이 애매하게 던진 송구를 1루수 채태인이 떨어뜨려 강정호가 1루에서 살아나자 지체없이 홈으로 질주해 추가점을 얻어냈다.
발로 만든 이 두점으로 삼성 마운드는 흔들렸고, 넥센의 공격력은 살아났다. 2회말 2사 2·3루에서 유한준은 삼성 선발 제이디(JD) 마틴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 3점포를 작렬시켜 승기를 가져왔고, 4회말에는 이택근이 2사1루에서 바뀐 투수 배영수의 몸쪽 직구를 노려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로 7-0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유한준은 7-1로 앞선 7회말에도 솔로포 하나를 추가했다. 넥센은 8회말 터진 대타 박헌도의 솔로포를 포함해 이날 4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넥센 선발 밴헤켄의 예상을 뒤엎는 호투도 빛났다. 4일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던 밴헤켄은 3일 휴식 뒤 4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정규시즌 중 밴헤켄은 한번도 4일 만에 등판한 적이 없었다. 짧은 휴식과 35살이란 나이를 고려하면 밴헤켄의 악전고투가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밴헤켄은 7이닝 동안 무사사구 2피안타 1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밴헤켄은 7회초 선두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솔로홈런을 맞기 전까지 6회까지 단 한명의 주자도 1루로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이날 밴헤켄은 두가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었다. 전날 넥센 필승조가 모두 투입됐던 만큼 불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한편 7차전까지 갈 경우 또 한번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투구수 관리도 해야 했다. 밴헤켄은 80개의 공만 던지며 7이닝을 소화해 두 가지 과제를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퍼펙트 투구를 펼친 6이닝 동안은 단지 59개의 공만을 던졌다. 6회까지 18타자를 상대하면서 16명을 4구 이내에 처리했다.
양 팀은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10일부터 잠실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5차전을 치른다. 삼성은 릭 밴덴헐크, 넥센은 헨리 소사를 선발로 예고해 두 외국인 강속구 투수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