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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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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지켜왔던 자신의 전성기 타격폼을 계속 지켜가기 보다는 짧게 돌아나오는 일본 특유의 스윙으로 매커니즘을 바꿨다. 마쓰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 다카하시 요시노부(요미우리) 등 일본 최정상급 좌타자들의 타격폼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는 가장 좋은 교과서였다. 또 일본 야구에 정통한 김성근 전 LG 감독이 롯데 마린스의 순회코치로 부임하면서 이승엽은 한 층 더 안정감을 찾게 됐다.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김 코치는 이승엽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 집중적으로 지도했고 이승엽은 포크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지난해와 달리 안정된 타격폼으로 꾸준한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용병 파스쿠치에 밀려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던 그는 2군 리그인 이스턴리그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장외시위를 벌인 끝에 마침내 4월 3일 소프트뱅크전부터 1군에 등록됐다. 올해부터 시행된 일본프로야구의 인터리그는 이승엽을 위한 제도였다. 그는 5~6월 센트럴리그팀과의 36경기에서 12홈런을 터뜨리며 인터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그의 홈런은 팀이 인터리그에서 12개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방망이 한 자루로 시작된 그의 '열도 정벌'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속됐다. 그가 홈런을 때린 날 롯데는 26승 4패를 거두며 '이승엽 홈런=승리'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인상적인 홈런도 적지 않았다. 5월 20일 주니치 드래곤즈전에서는 8회 2사까지 퍼펙트 망신을 당하던 팀을 홈런포로 구해냈다. 7월 4일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돔에서 벌어진 니혼햄전에서는 '미스터 베이스볼' 나가시마 시게오의 얼굴이 실린 대형 광고판을 맞히는 150m짜리 초대형 홈런을 날리며 일본팬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리그 전구단을 상대로 홈런을 터뜨렸고 후쿠오카돔에서만 홈런이 없었을 뿐 지난해 거론됐던 '돔구장 징크스'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다. 롯데와의 2년 계약을 끝나는 올해 말 그는 일본 잔류를 선언한 상태. 롯데는 이미 2년간 50억원을 내걸며 이승엽을 잡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어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릴 지 주목된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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