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단장 “강정호 위한 자리 없다” 발언 왜?

강정호 부담 줄여 적응 쉽게하고
기존 유격수 경쟁심 유발 노린듯

강정호(28)가 입단한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닐 헌팅턴 단장은 22일(한국시각) 미국 <시비에스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강정호를 위한 자리는 없다. 현재 우리 팀은 가장 깊이 있고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엠엘비 네트워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는 “강정호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내가 저지른 한 가지 실수는 주전 유격수인 조디 머서를 우리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밝히지 않은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강정호는 스프링캠프에서 2루와 3루에서도 시험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츠버그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노리는 강정호로서는 팀의 총책임자인 단장의 이런 발언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공격력을 갖춘 유격수란 희소성으로 인해 강정호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큰 상황이었다. 이달 초 <에스비네이션>이 강정호를 메이저리그 유격수 랭킹 12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헌팅턴 단장이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런 발언은 오히려 강정호를 보호해주기 위한 것이다. 송재우 <엠비시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헌팅턴 단장의 발언은 기존 주전 선수는 존중하면서도 도전자의 잠재력은 높이 평가해, 두 선수 모두 감정이 상하지 않게 경쟁을 유도하는 메이저리그 단장들의 전통적인 리더십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가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강정호에 대한 기대를 줄이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헌팅턴 단장의 발언이 나온 배경을 보면 이해가 된다. 지난 14일 강정호가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국내 언론과 한 인터뷰 중 “꾸준히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말이 “기회만 있다면 (머서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번역돼 <피츠버그 트리뷴 리뷰> 등 현지 언론을 통해 다소 자극적으로 보도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이 주전 선수를 직접 겨냥해 말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적응이란 우선 과제가 있는 상태에서 머서와 강정호의 대결 구도로 흐르는 것이 선수 본인에게나 팀에나 좋은 것은 아니다. <시비에스 스포츠>는 “강정호 스스로 거친 상황을 자초했다”며 비판적으로 평하기도 했다.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는 분명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강정호가 외부의 비판이나 압박 없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감싸기에 나선 것이다. 당사자인 머서 역시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팀에 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강정호의 합류는 우리 팀이 월드시리즈 진출이란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허승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