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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13 10:49 수정 : 2015.04.13 18:58

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대 롯데경기. 5회말 2사 2루에서 한화 구원투수 이동걸이 던진 볼에 롯데 황재균이 맞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현장에서]
롯데 황재균 한 경기서 두번이나 공에 맞자
이종운 감독 “앞으로 가만있지 않겠다” 맞불
미디어 통한 망신주기로는 선수 지킬 수 없어

“김태균 왜 뺐나. 오늘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었나.”

이종운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12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마친 뒤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는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알지만, 똑같이 할 가치가 없어서 참았다. 앞으로는 가만있지 않겠다. 한화전은 앞으로 10경기나 넘게 남았다. 앞으로 우리 선수들을 가해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첫 프로팀 감독을 맡은 이종운 감독의 발언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우선 감독이 상대팀의 주장이자 최고 스타의 이름을 거론하며 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또한 심증이 가지만 물증이 없는 빈볼을 두고 감독이 ‘상대팀의 고의’를 단정하며 말한 것도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 감독의 발언은 이유가 있었다.

롯데의 1번타자 황재균이 두 번이나 공에 몸을 맞는 사구(死球)의 희생자가 됐기 때문이다. 4회 한화의 고졸 신인투수 김민우의 초구에 등을 맞은 황재균은 1루로 걸어나가며 사과를 하지 않는 상대 투수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한화의 주장이자 1루수인 김태균은 황재균의 어깨를 감싸고 다독이며 그를 맞았다. 빈볼을 둘러싼 첫 신경전이 부드럽게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5회 다시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에게 상대 투수 이동걸은 초구부터 위협적인 몸쪽 공을 던졌다. 황재균은 움찔 놀라며 공을 피했다. 이동걸은 2구에도 같은 코스에 공을 던졌다. 다시 한번 공을 피한 타자의 신경은 이미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3구는 타자의 엉덩이를 가격했다. 황재균은 바로 마운드로 다가갔고, 이동걸도 지지 않고 맞섰다. 양팀의 선수들은 경기장에 뛰어들어 뒤엉켰다. 이번 시즌 첫 벤치 클리어링이었다.

심판은 바로 이동걸의 퇴장을 명했다. 이동걸의 투구가 타자의 머리를 향하는 ‘헤드샷’은 아니었지만, 사구 자체가 고의적이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바로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한참 동안 항의를 했다.

6회가 되자 김성근 감독은 4번 김태균의 타석에 대타 김회성을 내세웠다. 7회엔 1번타자인 이용규를 빼고 대타 송주호를 기용했다.빈볼 시비 이후에 타선의 핵심인 김태균과 이용규를 교체한 것이다. 이를 두고 롯데 쪽은 빈볼이 고의가 아니었다면, 김태균을 왜 빼느냐는 불만을 가진 것이다. 반면 보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수 보호 차원의 교체였다고 한화 쪽에선 항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화의 투수들은 왜 황재균에게 두 차례나 빈볼을 던졌을까. 여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황재균이 1회말 이미 7-0으로 앞선 상황에서 도루를 한 것이 빈볼을 불렀다고 추정한다. 국내 프로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점수가 크게 벌어진 이후의 도루는 빈볼을 부르곤 한다. 한때는 선수들이 6점차 이상 날 경우 도루 자제를 결의했다고 알려져 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지난해 4월 ‘도루 금지 담합은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 투수들의 제구가 들쑥날쑥한 점도 사구의 요인일 수 있다. 황재균에게 사구를 던진 김민우, 이동걸은 앞선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제구가 불안했다. 이동걸은 5회에만 황재균에 앞서 정훈에게도 몸에 맞는 볼을 던졌으며 볼넷도 2개나 내줬다. 이날 롯데에선 황재균 외에도 만루홈런을 친 김대우를 비롯해 강민호, 정훈, 오승택 등이 맹활약했다. 9번타자인 오승택은 황재균에 바로 앞서 도루를 한 전력도 있다. 활약상으로 본다면 황재균만이 표적이 될 만한 이유는 없던 셈이다.

빈볼 시비는 사후 대응이 상당히 중요하다. 선수들을 보호하고, 정정당당히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화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미 지난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이 있다. 2012년 김태균은 롯데의 김성배에게 사구를 맞고서 설전을 벌여 벤치 클리어링을 부른 적이 있다. 당시 김태균이 항의한 이유는 김성배가 사구를 던지고도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날 황재균도 김민우의 명확치 않은 태도에 항의했다. 또한 지난해 정근우는 엘지 트윈스의 정찬헌에게 한 경기에 두 차례 사구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 한화 선수단이 몹시 흥분한 것처럼 롯데도 한 선수가 같은 경기에서 두 번이나 사구를 맞은 것에 감정이 격해질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종운 감독과 롯데 선수단의 반응을 헤아려야 한다.

윤형중 기자
이종운 감독도 발언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감독의 역할은 싸움을 붙이는 것이 아니다. 다음 경기에서 보복하겠다거나 타팀의 선수교체에 대한 언급은 상대팀과의 반목을 낳게 된다. 성급한 단정과 미디어를 통한 망신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팬들의 지지뿐이다. 그것으로 선수들을 지킬 순 없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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