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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14 18:45 수정 : 2017.01.20 14:07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10대 9’ 간발의 차이 당선 소감서
박상희 회장 “패거리 문화” 운운
일부 대의원들 격분해 달려들어

올초 양쪽 지지자 간에 폭행시비
이후 명예훼손·횡령·배임 맞고발
“협회가 야구발전 저해” 우려 커져

지난 12일 새 회장을 선출한 대한야구협회(KBA)에 대한 야구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더불어 한국 야구의 두 축인 대한야구협회의 내홍이 깊어지면서 야구계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내분으로 시끄러운 야구협회의 상황은 회장 선거 현장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대의원 투표에서 10 대 9 간발의 차이로 당선된 박상희 신임 회장이 당선 소감으로 “협회 돈을 자기 돈처럼 빼먹는 패거리가 있다. 패거리 문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과감한 인적쇄신을 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격분한 일부 대의원들이 소리를 지르고 달려드는 통에 선거장은 고성과 몸싸움으로 얼룩졌다.

박상희 신임 회장은 왜 “패거리” 운운하며 거친 언사를 늘어놨을까. 갈등의 핵심 인물은 윤정현 전무이사와 나진균 전 사무국장이다. 협회의 내홍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시기는 3월26일로 나 전 국장이 협회로부터 대기발령을 받으면서지만, 그보다 먼저 1월28일에 두 사람 사이에 업무적인 이견으로 시작된 폭행 시비가 있었다. 나 전 사무국장은 윤 전무를 폭행 혐의로 노동청에 제소했다. 협회 쪽은 “윤 전무가 쓰레기통을 던진 것은 인정하지만, 나 국장에게 닿지 않았고 직접적인 폭력은 없었다”고 밝혔다.

양쪽은 맞고발로 맞섰다. 나 전 국장은 대기발령 일주일 뒤인 지난달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야구협회가 지난해 2월 일부 직원의 횡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는데도, 이에 대한 내부조사를 일부 집행부 임원이 막았다. 고교 주말리그 입장권에 일련번호가 없어 상당한 횡령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협회 쪽은 “나 전 사무국장의 대기발령은 입시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이고, 자신의 비리를 비호하기 위해 물타기 작전을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나 전 국장은 김종업 부회장이 운영하는 인쇄소에 협회가 매년 수천만원의 일감을 몰아주는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고 추가로 고발했다.

박상희 신임 회장
내분은 선거전으로 이어졌다. 김종업 부회장은 이병석 회장의 사퇴 이후 회장 대행을 맡았고, 야구협회 차기 회장 선거에 직접 출마했다. 반면 협회 쪽은 “나 전 국장은 박상희 후보 쪽을 전면 지원했다”고 말했다.

양쪽에 제기된 의혹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일련번호가 없는 입장권을 통해 횡령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최근 주말리그 경기에선 입장권에 일련번호들이 부여됐고, 수년 전 일부 입장권에 일련번호가 없이 발행된 적이 있지만, 그것은 따로 관리하는 체계가 있었다. 횡령이 있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부회장이 운영하는 인쇄소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회장을 맡기 수년 전부터 야구협회는 이 인쇄업체와 거래를 해왔고, 한해 거래액은 2, 3천만원 수준이다. 명예직인 부회장이 내는 한해 회비만 2천만원이기 때문에 이 일감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실적증명서를 위조해 입시비리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나 전 국장은 <한겨레>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지만, 이전 기자회견에서 “나를 대기발령 내기 전까지 한번도 제기한 적 없는 입시비리를 꺼내고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대한야구협회(KBA) 내분 일지
협회의 비리 의혹과 내분은 야구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야구협회는 맞고발이 진행되던 지난 4월 봉황기 대회가 시작됐는데도 청룡기, 황금사자배 대회 등 하반기 일정을 잡지 못해 일선 감독들의 불만을 샀다. 한 고교팀 감독은 “시즌이 시작됐는데도 전체 일정이 나오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학입시 일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거나, 내분이 파벌로 굳어진다면 향후 국가대표 선발이나 대학 진학·프로 진출에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박 신임 회장이 “케이비오에 꿀릴 것 없다. 한해에 받는 지원금도 3억원에 불과하다”는 발언도 논란이다. 김인식 케이비오 기술위원장은 “프로와 아마가 합심해 나가야 하는데 당선되자마자 프로와 각을 세우는 것이 의아하다. 축구협회와 축구연맹의 관계를 염두에 둔 모양이지만, 야구와 축구는 분명히 다른 종목이다. 떨어진 쪽에 패거리 운운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허구연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언론을 통해 접한 박 회장의 발언은 상당히 유감스럽다. 야구계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하는 얘긴지 의문이고, 정치 쪽 인사가 체육계와 야구계를 존중하지 않는 듯이 느껴져 야구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대한야구협회 나진균 전 사무국장 입시비리 의혹 관련 보도문

본지는 지난 2015년 5월21일치 스포츠-야구·MLB면 “회장 선거마저 고성·몸싸움으로 얼룩…야구협회 ‘진흙탕 내홍’ 언제까지” 제하의 기사에서, 대한야구협회 나진균 전 사무국장이 경기실적증명서를 위조해 입시비리를 도왔다는 의혹이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나진균 전 사무국장은 경기실적 허위발급 의혹과 관련하여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2016년 10월24일자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을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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