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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18 19:31 수정 : 2015.05.18 21:06

리그 유일 3연패 없는 한화
김성근 감독 경기마다 총력전
선발투수 ‘주3회 등판’ 고육책에
대타작전 등 절묘한 수싸움까지
상위팀과 9연전서 5할 승률 유지

김성근 한화 감독(오른쪽)이 17일 대전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의 경기에서 2회말 마운드에 올라 넥센 선발투수 피어밴드(왼쪽)의 견제 동작이 보크가 아니냐며 박종철 1루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한화 이글스의 경기는 ‘마약야구’라 불린다. 한화의 이름을 따서 ‘마리한화’라는 애칭도 생겼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지난 17일 넥센을 상대로 무려 6점 차이를 뒤집어 7-6으로 승리한 경기는 ‘마약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한화는 3회초 0-6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이미 넥센에 2연패를 당한 상황에서 시즌 첫 ‘스위프’(한 팀과의 3연전을 모두 패하는 것)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한 주에 세 차례 선발등판한 안영명이 이날도 조기에 무너지며 3회에 강판됐고, 뒤이어 등판한 이동걸도 유한준에게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안영명의 주 3회 선발 등판은 탈보트가 2군에 내려간 상황에서 4명의 선발투수로 한 주간 6경기를 치르기 위한 ‘악수’였다. 경기 전 김성근 감독도 “이제 변칙 선발운용은 없다. 오늘을 끝으로 안영명은 5인 로테이션을 지켜 등판한다”고 인정했다. 이 악수는 경기 초반에 실점을 대거 허용하긴 했지만, 힘을 비축한 불펜 투수들을 동원해 후반에 경기를 뒤집은 절묘한 ‘포석’이었다.

한화는 4회부터 등판한 불펜 투수 김기현, 정대훈, 박정진, 권혁이 6.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공격 쪽에선 넥센의 선발투수 피어밴드를 공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2회초 피어밴드가 1루 주자 김경언에게 견제구를 던지자, 김성근 감독이 경기 중에 마운드에 올랐다. 보통 야구감독이 상대팀 투수가 서 있는 마운드로 올라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마운드에 오른 김 감독은 투구 동작을 직접 시연하며 피어밴드의 견제가 보크가 아니냐며 박종철 1루심에게 따졌고, 이는 심판들이 피어밴드의 견제 동작을 유심히 보는 계기가 됐다.

피어밴드는 4회에 보크로 한 점을 헌납했다. 2아웃 1, 3루의 상황에서 1루주자 이용규에게 던진 견제가 보크에 해당된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 3루에 있던 허도환이 득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규정집을 보면, ‘투수가 베이스에 송구하기 전에 발을 똑바로 그 베이스 쪽으로 내딛지 않았을 경우’에 보크가 된다. 좌완투수인 피어밴드는 오른발을 들고 와인드업을 하던 도중 발을 내리고서 1루로 던졌다. 마운드에 내디딘 오른발이 향한 쪽은 1루 베이스였다. 이 규정만 따지면 왜 보크가 됐는지 의아하다. 하지만 세부 규정 중에 ‘투수가 발을 조금 위로 올려서 돌리거나 또는 발을 내딛기 전에 신체의 방향을 바꾸어 송구하는 경우는 보크다’라는 문구가 있다. 도상훈 케이비오 심판위원장은 “단순히 내딛는 발의 방향이 1루 쪽을 향했다고 보크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어밴드의 견제 동작은 전체적인 몸의 무게이동과 발을 내딛기 전 몸의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크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8회 이용규의 번트안타로 2루에 있던 강경학을 득점시키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 모습도 넥센의 수비이동(수비시프트)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였다. 초구에 번트 동작을 취하자 상대 유격수가 2루 쪽으로 움직인 것을 확인한 이용규는 투수 이상민의 3구를 투수와 3루수 사이를 꿰뚫는 방향으로 번트를 쳤다. 또한 한화는 세번이나 대타 작전을 쓰고, 다섯번의 수비 교체를 단행하며 1군에 등록된 14명의 야수를 모두 경기에 내보냈다. 9회말 투수 권혁이 타석에 등장한 것도 지명타자였던 최진행을 좌익수로 기용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규정상 지명타자가 수비를 맡게 되면 ‘지명타자 소멸’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선다.

17일 경기는 한화가 거둔 4번째 끝내기 승부였다. 올 시즌 17일까지 거둔 20승 절반이 역전승이고, 그중 7경기를 6회 이후에 뒤집었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작전야구도 주효했다. 지난 14일엔 대타로 나선 김태균이 만루홈런을 치며 삼성에 승리했다.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6.33)은 케이티에도 뒤진 최하위지만, 특유의 짜내기 야구로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는 19일부터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에스케이와 3연전을 벌인다. 김 감독은 현역 감독으로 1371일 만에 찾는 문학경기장이고, 한화로서는 두산, 삼성, 넥센, 에스케이로 이어지는 1~4위 팀들과의 12연전을 마무리하는 3연전이다. 강팀들과 12연전에서 5할 승률을 유지하기 위해 한화는 총력전을 펼 예정이다. 에스케이는 지난 4월말 한화에 당한 3연패를 만회하기 위해 에이스 김광현과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 밴와트의 선발등판을 예고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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