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4 18:37
수정 : 2015.06.04 21:01
제구력 뛰어나 상대 타자 애먹어
평균자책점 3.27…58개 탈삼진도
언뜻 보면 고교 야구선수보다 느린 시속 120㎞대 직구를 던지는 유희관(29·두산)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유희관은 지난 3일 기아와의 경기에서 8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7승째를 거뒀다. 다승부문 2위, 평균자책점 4위(3.27)일 뿐 아니라, 소화한 이닝수도 74⅓이닝으로 공동 3위다. 느린 공으로도 올 시즌 58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왼손 강속구 투수인 김광현과 삼진 숫자가 같다.
유희관은 지난 2년간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준 투수다. 신인이던 2013년 10승7패 평균자책점 3.53으로 활약했고, 지난해 12승9패에 177⅓이닝을 던져 김광현, 양현종, 윤성환, 장원준 등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보다도 이닝 소화능력이 뛰어났다. 이런 꾸준함은 올 시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엔 4월7일 넥센전에서 5.2이닝을 던진 것을 제외하면 그가 선발등판한 10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졌다. 5월10일 한화전에선 완봉승을 거둔 것을 포함해 8이닝 이상은 던진 경기도 세 경기나 된다. 이닝 소화력은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유희관이 1등이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직구 최대구속이 130㎞ 초반인 투수가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경우는 없다. 유희관의 느린 공은 일본 야구의 전설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회장도 놀라움을 나타낸 바 있다. 올 2월 두산과 소프트뱅크 경기에 유희관이 등판해 120~130㎞대에 그치는 직구를 던지자, 상대팀 감독들과 선수들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유희관이 3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자 오 사다하루 회장을 비롯해 상대팀 코치들이 유희관에게 큰 관심을 나타냈다.
현역 때 타석에서 유희관을 만난 적이 있는 안치용 해설위원(KBSN)은 “프로에서 유희관처럼 느린 직구를 던지는 투수는 처음 봤다. 하지만 제구력이 워낙 좋아 몸쪽 직구를 던지다가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지고, 거기에 타이밍을 맞추려고 하면 바깥쪽 싱커를 던진다. 타석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지다보니, 타자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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