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14 18:36
수정 : 2015.06.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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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좌완투수 허준혁 선수가 지난 13일 엔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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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이닝 무실점으로 생애 첫 선발승
130㎞대 구속에도 제구력 뛰어나
두산의 허준혁(25)이 13일 엔씨를 상대로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생애 첫 선발승을 거뒀다.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가 오른팔 부상으로 빠진 선발 자리에 깜짝 발탁된 허준혁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친 허준혁은 이날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30㎞대 초반에 그쳤다. 허준혁은 국내 최고의 왼손 투수 중 한명인 유희관처럼 느린 직구와 변화구, 정교한 제구력으로 타자를 상대했다.
세차례 실점 위기도 잘 넘겼다. 3회 원아웃 상황에서 상대 1번타자인 박민우에게 3루타를 맞았다. 하지만 다음 타자인 김종호를 1루수 앞 땅볼로 잡아냈고, 상대 간판타자인 나성범을 맞았다. 허준혁은 초구로 몸쪽 깊숙한 곳으로 시속 132㎞ 직구를 대담하게 뿌렸고, 나성범은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파울이었다. 이어서 허준혁은 스트라이크존에 살짝 걸치는 몸쪽 시속 135㎞ 직구를 다시 한차례 던졌고, 나성범은 유격수에게 잡히는 뜬공으로 물러났다. 허준혁의 대담함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5회에도 원아웃을 잡고서 2루타를 맞았으나, 연속 두 타자에게 땅볼을 유도하며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6회엔 나성범, 이호준에게 안타와 볼넷을 내줬으나, 테임즈와 이종욱을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날 잡은 탈삼진 3개 중에 결정구는 슬라이더, 체인지업, 직구로 구질이 모두 달랐다. 4회까지 시속 130㎞대 직구, 120㎞대 슬라이더, 110㎞대 체인지업, 100㎞대 커브를 골고루 던졌지만, 5회엔 갑자기 포크볼도 던지며 팔색조 투수임을 자랑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처음 던진 포크볼로 상대 타자 김태군을 땅볼을 유도하며 원아웃 2루의 위기를 넘겼다.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을 넘나들며 타자의 낮은 쪽을 파고드는 제구력도 일품이었다. 허준혁은 경기를 마치고 “포수(양의지)의 사인대로 던졌다. 계속 1군에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준혁이 이날 깜짝 선발로 발탁될 수 있었던 것은 2군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소화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허준혁은 올시즌 2군에서 12경기 선발 출장해 58⅔이닝 4승3패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은 공석이 된 선발 자리를 두고 최근 2군 총괄코치에서 1군 투수코치로 자리를 옮긴 한용덕 코치와 의논해 허준혁을 낙점했다.
이날 허준혁의 활약으로 두산은 오랜만에 왼손 투수의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두산엔 2013년 유희관이 나타나기 전까지 10승 이상 거둔 왼손 투수가 1988년 13승을 거둔 윤석환뿐이었다. 올시즌 자유계약(FA)으로 영입한 장원준이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고, 프로 8년차인 5선발 진야곱도 지난 11일 경기에서 7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허준혁이 선발진에 자리를 잡는다면 왼손 선발투수가 4명이나 되는 셈이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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