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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엘지, 반등의 열쇠는 2군에 있다 |
롯데와 엘지는 올시즌 나란히 8,9위를 기록 중이다. 1군에서 첫시즌을 보내는 신생팀 케이티를 제외하면 최하위권에 위치한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두 팀은 투타의 엇박자 행보와 부상 선수들의 속출로 시즌을 내내 어렵게 꾸렸다. 롯데는 박종윤, 아두치가 시즌 초에 당한 부상에서 돌아오자, 중심타자 손아섭이 다쳐 20일 가까이 경기에 못 나오고 있다. 엘지는 부상을 입은 류제국, 우규민 등 선발투수 두 명 없이 시즌을 시작했고, 이들이 돌아오자 타자들이 잇달아 부상을 입었다.
이렇게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롯데와 엘지에게 공통점이 있다. 퓨처스리그인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1군에 올라와 깜짝 활약으로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이다. 24일 롯데와 삼성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롯데는 이날 1군에 올라온 이우민을 8번타자 중견수로 선발로 출전시켰다. 이우민은 2회 첫타석부터 볼넷을 얻더니, 3회엔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쳤다. 이날 2타점, 3득점의 맹활약이었다. 이날 1군에 올라온 선수는 또 있었다. 4회에 대타로 출전한 오윤석이다. 오윤석은 첫타석부터 좌전안타를 쳤고, 두 번째 타석에선 우중간 안타를 쳤다. 이날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대형 유격수로의 잠재력을 인정받는 오승택도 이날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프로 8년차이지만 지난해까지 2군에 머물던 날이 더 많았던 김문호도 이날 우익수로 출전해 5타수 3안타로 톡톡히 활약했다. 롯데는 퓨처스리그에서 지난 14일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투수 이재곤도 담금질을 하고 있다.
엘지도 2군에 주로 머물던 젊은 선수들의 깜짝 활약이 잦은 팀이다. 5월말에 1군에 올라온 나성용, 황목치승이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신인 서상우는 지난 19일 프로 첫 안타를 결승홈런으로 신고했다. 문선재, 채은성, 유강남도 정성훈, 이진영, 이병규, 박용택, 최경철 등의 부상으로 출전 기회가 늘자 점차 타격감을 찾고 있다.
두 팀의 공통점은 또 있다.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활약을 이어가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롯데는 오승택이 5월말 9경기에서만 16안타, 5홈런, 13타점을 몰아치며 대형 유격수의 탄생을 알렸다. 하지만 당초 주전이던 문규현이 부상에서 복귀하자 오승택은 익숙치 않은 1루를 맡아야했다. 그런 오승택은 6월초 삼성과의 3연전에서 실책을 5개나 저질렀다. 이종운 감독은 바로 오승택을 2군으로 보냈다.
유망주의 무덤으로 불리는 엘지 역시 마찬가지다. 나성용과 서상우, 황목치승도 부상당한 선수들이 돌아오자 바로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2군 홈런왕인 최승준 역시 개막전 선발 4번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8경기 동안 1안타를 기록하자 바로 2군에 내려갔고, 그 이후 1군에서 볼 수 없었다.
엘지와 롯데는 올해 신생팀 케이티와 트레이드를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롯데 출신 포수 장성우와 외야수 하준호는 주전으로 자리잡았고, 엘지 출신 윤요섭은 백업 포수나 지명타자로 나서며 이전보다 출전 기회가 늘었다. 역시 엘지 출신인 박용근 역시 5월말 부상 당하기 전까지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박용근은 트레이드 첫주엔 타율이 1할대에 불과했으나, 부상 당하기 직전 1주일은 타율이 4할6푼2리에 달하는 등 타격감을 끌어올리던 중이었다. 롯데와 엘지에서 후보나 2군에 머물던 선수들이 케이티에서 기회를 보장 받으며 제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엘지는 과거 이용규, 김상현, 박병호와 서건창, 김태군 등 팀에서 후보였거나 2군에서 전전하던 선수들이 타 팀에서 기량이 만개한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롯데는 3년째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이런 기회에 젊은 선수들에게 좀 더 기회를 주고, 경쟁을 유도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케이티처럼 적극적으로 트레이드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선수들에겐 인생의 전기가 될 수도 있을테니까.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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