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가 고마운 박병호·김현수…

강정호 MLB 성공적 데뷔 힘입어
한국타자 분석 스카우트들 바빠져

왼쪽부터 박병호, 김현수.

타자 출신으로 처음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강정호(28·피츠버그)의 활약으로 제2, 제3의 강정호를 찾는 스카우트들의 눈길이 바빠졌다.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적인 박병호(29)를 비롯해 김현수(27), 손아섭(27), 황재균(28), 최형우(32)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9년간 시즌을 소화해 자유계약(FA) 자격을 획득한 김현수를 제외하면, 7~8년간 시즌을 소화한 다른 선수들은 소속팀의 동의를 얻어야 공개입찰(포스팅)에 나설 수 있다.

10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시즌 38호째 홈런을 쏘아올리며 홈런과 타점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넥센의 박병호는 ‘강정호 효과’의 최대 수혜자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이 최근 “강정호가 한국 소속팀에서 5번을 쳤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4번을 친 타자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그 선수의 경기 영상을 보고 싶다”는 발언이 <피츠버그 트리뷴>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됐다. 허구연 해설위원(MBC스포츠플러스)은 “1루수인 박병호는 유격수인 강정호와는 달리 홈런을 쳐야 하는 파워포지션이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20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과감한 베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했고, 매 시즌 홈런과 타점이 늘었다. 송재우 해설위원(MBC스포츠플러스)은 “박병호는 강정호보다 높은 700만~800만달러 수준의 포스팅 금액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 장타력과 출루율이 두루 좋은 1루수가 충분하지 않다. 강정호의 팀 동료인 1루수 페드로 알바레스는 10일(한국시각)까지 15홈런에 5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타율과 출루율이 각각 2할3푼4리, 3할2리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31개팀 가운데 규정타석을 채운 1루수 중에서 타율 3할 이상은 4명뿐이고, 홈런 20개를 넘긴 타자는 9명이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타율 2할7푼, 홈런 20개, 출루율 3할4푼 이상만 기록한다면 성공적인 영입이라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의 김현수도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프로야구 10년간 통산 타율이 3할1푼8리에 1245개의 안타를 기록한 대표적인 교타자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김현수는 어느 리그에 가도 꾸준히 3할 언저리의 타율을 낼 수 있는 선수다. 의외로 김현수 같은 유형의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대박을 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11년부터 4년간 김현수보다 더 높은 타율과 더 많은 안타를 기록한 롯데의 손아섭과 올 시즌 활약중인 롯데의 황재균도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손아섭은 장타력이 부족하고, 올 시즌 부상 경력이 발목을 잡는다. 황재균은 지난 시즌 이전에는 2할대 후반의 타율을 기록했고, 올 시즌 처음으로 20홈런을 넘었다는 점에서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의 4번 타자인 최형우도 공개입찰에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구단이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 박찬호의 성공 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한국 아마야구의 유망주들을 영입했다. 하지만 강정호 돌풍으로 한국 프로야구에 눈을 돌리고 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아직도 젊은 고교 유망주들이 미국에서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선수생활을 마치곤 한다. 아마 유망주들이 해외로 직행하지 않고 국내 리그를 통한 해외진출을 꿈꿀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정호가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