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8.14 22:30
수정 : 2015.08.14 22:30
윤형중 기자의 풀카운트
“엘지에 있는 젊은 선수들은 알고 있어요. ‘내가 한두 경기만 못해도 기회가 없겠구나, 2군 가겠구나’라고 생각하죠. 이런 팀에서 새로운 스타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엘지 선수들이 팀을 옮겨서 잘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최근 한 방송사의 해설위원이 <한겨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프로야구단 엘지 트윈스의 세대교체가 매번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엘지는 세대교체에 실패한 대표적인 팀이다. 지난해와 재작년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공격력은 늘 어딘가 아쉬웠다. 지난 10여년간 팀 타선에 새 얼굴이 나오지 않다 보니, 주축 타자는 여전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으로 30대 중후반의 타자들이다. 세대교체에만 실패한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엘지 출신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기량이 만개하는 이른바 ‘탈지효과’였다. 2009년 기아에서 리그 최우수선수가 된 김상현을 시작으로 넥센의 박병호, 서건창, 한화의 이용규에 이어 케이티의 박경수까지 엘지를 떠나 전혀 다른 선수로 변신했다.
그런 엘지에 올 시즌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다. 시즌 전 기대가 컸던 최승준, 채은성 등이 타선에 힘을 보태진 못했지만, 신인 양석환이 외국인 타자 한나한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우며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포수 유강남과 2루수 박지규가 최경철, 손주인의 공백을 잘 메웠고,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서상우는 데뷔 타석에서 2점 홈런을 치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나성범의 형인 나성용은 올 시즌 첫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쏘아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엘지는 이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관성 없는 기용으로 타격감 유지에 애를 먹고 있다. 엘지는 지난 13일 신인 선수들을 대거 선발 타선에 포함하며 에스케이를 상대로 16-7 대승을 거뒀지만, 14일에는 전날 멀티히트를 기록한 서상우, 유강남, 박지규를 모두 선발에서 제외하며 에스케이에 참패했다.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가 1군에 복귀하면서 양석환의 수비 위치를 바꿨고, 연쇄작용으로 서상우가 선발에서 제외됐다. 서상우는 들쑥날쑥한 기회에도 최근 5경기에서 21타수 10안타로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6월까지 삼성의 구자욱, 넥센의 김하성과 함께 신인왕 경쟁을 펼친 양석환은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의 영입으로 출전 기회가 절반으로 줄었다. 나성용 역시 6월과 7월에 선발로 출전한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쳤으나, 그다음 경기에선 무안타에 그쳤다.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대부분 한 달에 두 번이 전부였다. 한 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치면, 다음 기회는 없었다.
올 시즌 개막전 4번타자였던 최승준은 단 8경기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2군 홈런왕 출신인 최승준은 올 시즌 2군에서 타율 3할2푼7리, 11홈런 52타점으로 활약 중이지만, 엘지는 다시 그를 찾지 않았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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