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8.31 19:09
수정 : 2015.08.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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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LG전. LG 서상훈이 10회초 2사 1,2루에서 적시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201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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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중 기자의 풀카운트
엘지의 중고신인 서상우(26)는 지난 30일 경기에서 다섯 번 타석에 나서 모두 출루했다. 2루타와 홈런을 하나씩 쳤고, 단타 2개에 볼넷을 하나 골랐다. 3루타를 하나 쳤으면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을 대활약이었다. 경기를 중계한 안치용 해설위원(KBSN)은 “첫 두 타석에서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홈런과 2루타를 만들어냈다. 젊은 타자들의 잠재력을 평가할 때, 변화구 공략법과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대처를 보는데, 서상우는 두 가지 모두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엘지는 9-1로 이기던 경기를 삼성에 15-9로 패하는 기억하기 싫은 경기를 치렀으나, 서상우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기자의 눈엔 더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바로 왼손타자 서상우가 왼손투수 박근홍을 상대하는 장면이었다.
5회 타석에서 서상우는 풀카운트 이후 박근홍과 명승부를 펼쳤다. 박근홍은 연신 시속 140㎞대 중반의 묵직한 속구를 던졌고, 서상우는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8구 연속 파울이었다. 결국 박근홍이 서상우에게 14번째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면서 볼넷이 됐다. 서상우에게만 14개의 공을 던진 박근홍은 결국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교체됐다.
서상우는 올 시즌 상대 선발이 왼손투수인 경우엔 선발 타선에서 제외됐다. 주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8월에 양현종, 김광현, 장원준, 세든, 레일리 등 왼손투수들이 나오는 날엔 경기에 나오지 않거나, 경기 후반에 대타로 기용됐다. 올해 15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했고, 이 중 두 경기만 왼손 선발투수를 상대했다. 그 두 경기의 선발은 유희관, 허준혁으로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서상우는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투수가 나오면 제외되는 반쪽짜리 선수였던 것이다. 그런 그가 빠른 볼을 던지는 왼손투수 박근홍을 상대로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한 타석만으로 서상우를 평가할 순 없다. 문제는 서상우를 제대로 평가할 만한 기록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상우는 올 시즌 총 74타수를 소화했는데, 이 중 왼손투수를 상대한 타수는 14번에 그친다. 심지어 사이드암 투수를 상대한 18타수보다도 적다. 하지만 14번 중에 4개의 안타를 쳐서 타율은 2할8푼6리다. 양호한 타율이지만, 타수가 적어 유의미한 통계라고 보기 어렵다. 서상우는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는 3할8푼1리, 사이드암을 상대로 5할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총 82타석에 나서 74타수 29안타, 3홈런, 14타점과 타율 3할9푼2리를 기록 중이다.
서상우는 올 시즌 엘지가 키워낸 대표적인 새 얼굴이다. 여러 해 동안 세대교체에 실패했던 엘지엔 새 스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신인들인 서상우, 양석환, 나성용, 박지규 모두 수비가 불안한 편이다. 서상우는 베테랑 선수들이 주로 맡는 지명타자로 나온다.
하지만 서상우의 기용법을 살펴보면, 수비보단 상대 선발투수가 선발 출장의 관건이다. 팀이 이기기 위해선 감독으로선 각 선수의 장단점을 잘 활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선수 기용도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하지만 서상우가 진짜 왼손투수에게 약한지 한번 검증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또 촉망받는 선수가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선 양현종, 김광현, 장원준 같은 리그 최고의 왼손투수들과 붙어봐야 하지 않을까. 9월1일 엘지가 붙는 상대 선발투수는 넥센의 왼손투수인 피어밴드다. 양상문 엘지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할까.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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