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16 18:35
수정 : 2016.05.16 22:01
[통통 스타]
넥센 신인 듀오 신재영·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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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선발투수 신재영(왼쪽)과 박주현이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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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받는 걸 늘 꿈꿔왔지만 현실로 다가오니까 얼떨떨하네요.”(신재영)
“저도 조금 어색하네요. 처음이니까요.”(박주현)
올 시즌 선발투수로 깜짝 등장해 보무도 당당히 넥센 히어로즈의 주축 선발진으로 거듭난 중고신인 신재영(27)과 고졸 루키 박주현(20)은 최근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행복한 함성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그와 비슷한 무게로 마음 한쪽에서는 프로 세계의 냉정함 역시 체감하고 있었다. “2군을 전전하다가 1군에 와서 이렇게 조명을 받으니까 정말 프로는 냉혹하구나 싶었어요.”선배 신재영의 말에 후배 박주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5년차 신인’ 신재영, 올해 첫 등판
5승2패 다승3위…최고령 신인왕 유력
“첫승때 어머니와 눈 마주쳐 울컥”
박주현, 지난해 장충고 졸업 루키
147㎞ 속구 겁없는 투구…벌써 2승
“야구 잘하면 여친도 생기겠죠”
넥센 코칭스태프를 제외하곤, 개막 전까진 정말 아무도 몰랐다. 기존에 넥센의 마운드를 이끌던 조상우와 한현희가 수술과 재활로 시즌 아웃되면서 생긴 빈자리를 이들이 이토록 훌륭하게 메워 주리라고는. “언젠간 기회가 오리라고는 생각했었는데….” 신재영이 말끝을 흐리며 멋쩍게 웃자 110㎏의 듬직한 후배도 따라 웃는다.“푸우 같지 않나요?” 선배도 그런 후배가 마냥 귀엽기만 하다. “야구만 잘하면 우리 둘 다 여자 친구 생기겠지? 이제 시작이잖아” 수줍은 듯 또 마주보고 웃는 두 사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뿜으며 이제 막 출발선에서 한발을 내딛은 두 거물급 신출내기 투수 신재영과 박주현을 지난 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났다.
선배 신재영은 2012년 입단한 프로 5년차 ‘중고신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규정에 신인상 자격을 입단 후 5시즌 내, 1군에서 30이닝 이하 투구를 한 선수로 두고 있다. 신재영은 지난해까지 1군 등판 기록이 전혀 없다. 2012년 엔씨(NC)에 입단해 2군과 3군을 오가다 이듬해 넥센으로 이적한 신재영은 경찰청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9월 복귀했지만 등판 기회는 5년 간 단 한 번도 잡지 못했다. 그러다 올 시즌 조상우의 갑작스런 이탈로 선발진에 합류했다.
첫 시작이 중간계투도 아닌 선발이었다. 넥센의 손혁 투수코치가 연습을 하고 있던 신재영에게 다가와 선발 등판 일정을 알려주자 신재영은“제가요?”라며 놀라 물을 정도였다. 속으로는 “아니겠지, 아닐거야”라며 며칠 뒤 재차 물었다. “정말 저 선발 맞아요?” 그때부터 신재영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주현이가 프로 첫 무대에서 정말 잘 던졌으니까요.”
후배에게 밀리기 싫었던 신재영은 심기일전한 뒤 지난달 6일 한화전에 선발 등판했다. 프로 데뷔 첫 무대였다. “소름이 돋던데요” 그러나 긴장했던 탓이었을까. 그는 1회말 4안타를 맞고 2실점을 했다. 고개를 겨우 들어 관중석을 올려다봤다. 어머니가 젖은 눈을 하고 있었다. 차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이를 악문 신재영은 2회부터 흔들리지 않았다. 7회까지 3점만을 내주며 승리투수가 됐다. 마지막 이닝을 책임지고 내려오면서 다시 부모님을 올려다봤다.“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는데,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신재영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올 시즌 신재영은 5승2패로 다승 공동 3위, 평균자책점 3.24로 9위에 올라 있다. 각도 큰 슬라이더가 주무기로 볼넷 비율 또한 가장 낮다. 박주현도 “재영선배 제구력은 거의 마술 수준인 것 같아요”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성적만으로 보면 올 시즌 신인왕은 신재영의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고생은 신재영보다 덜 했을지 모르지만 야심만은 선배에게 밀리지 않는 박주현은 지난달 22일 엘지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승리를 따냈다. 앞서 지난달 3일 롯데전에서 프로무대에 처음 선발로 나와 5이닝 무실점으로 이미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던 그였다. 이날 중계카메라는 매이닝이 끝날 때마다 박주현을 조명했다. 장충고를 거쳐 지난해 넥센에 입단한 박주현은 자신의 롤모델로 “자신 있고 공격적인 투구가 멋진” 오승환을 꼽았다. 박주현의 장기는 최고 구속 147㎞의 속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고루 섞는 공격적인 투구다. 올 시즌 성적은 2승1패 평균자책점 4.78이다.
같은 신인이지만 삶의 무게는 역시나 7살이 더 많은 신재영에게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둘의 올해 연봉은 2700만원으로 같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저연봉이다. “앞으로 제 실력을 차곡차곡 보여주면 연봉도 오르겠죠? 이제 시작이에요. 저 때문에 모든 걸 바친 어머니와 누나가 제 뒤에 있어요.”(신재영) 초심을 잃어갈 때마다 자주 생각날 것만 같은 둘과의 만남이었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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