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7 18:32
수정 : 2005.10.27 18:32
미국서도 ‘미국서도 내리4승 피날레’
‘블랙삭스 저주’ 풀고 8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9회말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마무리 투수 바비 젠크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대타 올메도 팔메이로를 내야땅볼로 잡아내는 순간, 육중한 몸의 포수 피어진스키가 뛰어오르며 젠크스의 품에 안겼다.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86년 묵은 ‘블랙삭스의 저주’를 풀고 ‘흰 양말’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화이트삭스는 27일(한국시각)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101회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원정 4차전에서 팽팽한 투수전 끝에 애스트로스에 1-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4연승으로 1917년 이후 8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로써 올해 한-미-일 프로야구에서는 안방 이점을 가진 팀이 모두 4전 무패로 우승하는 진기록이 세워졌다.
화이트삭스는 1906년과 1917년 이후 3번째로 메이저리그를 정복하면서 1919년 월드시리즈 승부조작 사건인 ‘블랙삭스 스캔들’의 불명예도 털어냈다. 당시 화이트삭스 선수 8명이 도박사와 짜고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져 준 사건으로, 선수들이 극심한 생활고로 양말조차 빨아 신지 못해 검은 색으로 변했다고 해서 ‘블랙삭스의 저주’로 불린다.
5년 연속 ‘와일드카드의 반란’을 꿈꾸며 1962년 창단 이후 첫 우승에 도전했던 애스트로스는 44시즌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아본 것에 만족해야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와일드 카드로 올라온 팀이 우승했다.
이날 4차전은 투수전의 참맛을 보여줬다. 애스트로스 선발 브랜든 배키와 화이트삭스 선발 프레디 가르시아는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7회까지 삼진 7개를 잡아냈다. 배키는 5안타 무사사구의 무결점 투구를 선보였고, 가르시아도 친정팀을 상대로 4안타 3볼넷만 내주며 숨막히는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운명의 8회초. 애스트로스는 마무리 브래드 릿지로 투수를 교체했다. 이 때 화이트삭스의 베네수엘라 출신 아지 기엔 감독은 과감한 대타 작전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투수 가르시아를 빼고 대타 윌리 해리스를 기용한 것. 해리스는 좌전안타로 기엔 감독에게 화답했고, 이어진 2사 3루에서 ‘영웅’ 저메인 다이가 천금의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올렸다. 이날 3안타를 포함해 월드시리즈에서 16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으로 활약한 다이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화이트삭스의 불펜코치 이만수는 김병현(애리조나 시절)에 이어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낀 두번째 한국인이 됐다. 화이트삭스 주전 2루수인 이구치 다다히토는 일본인으로는 최초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는 영광을 안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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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15년전에도 4전 전승
한-미-일 세나라 프로야구 최종 시리즈에서 특정팀이 4연승을 거둔 기록은 15년 전에도 있었다. 1990년 당시 한국에선 엘지 트윈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4연승으로 물리쳤고, 일본에서는 세이부 라이온즈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미국에서도 신시내티 레즈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4전 전승으로 제압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올해까지 101차례의 월드시리즈에서 전승 우승이 모두 17차례 나왔다. 90년부터는 90년(신시내티), 98·99년(뉴욕 양키스), 2004년(보스턴 레드삭스), 올해 전승 우승팀이 나왔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5차례가 있었다. 일본은 1950년 양대 리그 창설 이후 56차례의 일본시리즈에서 59년(다이에 호크스), 60년(요코하마 베이스타스), 90년(세이부), 2002년(요미우리), 전승 우승 기록이 나왔다. 세이부와 요미우리는 90년과 2002년 일본시리즈에서 맞붙어 서로 한번씩 4연승을 기록했다. 국내에선 87년과 91년 해태 타이거스가, 90년과 94년에는 엘지 트윈스가 두차례씩 전승으로 우승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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