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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8 16:42 수정 : 2005.10.28 17:2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팬들과 구단주들의 ‘기대만큼’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 모두 4연승으로 일찌감치 승부가 난 까닭이다. 그렇지만, 야구팬들의 관심은 포스트시즌의 경기 횟수만이 아니다.

지난 27일(한국시각) 미국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린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른바 ‘아버지 부시’)과 그의 부인인 바바라 부시의 모습이 보였다. 텍사스가 고향인 부시는 창단 43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라온 휴스턴을 열렬히 응원했다. 전날 열린 3차전에서도 바바라 부시가 경기장을 찾아 휴스턴의 승리를 위해 두 손을 모으는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여러차례 비쳤다.

휴스턴 ‘가장 미국적인 팀’? 25명 출전선수중 흑인 없어…52년 만의 기록

휴스턴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미국적인’ 팀이다. 이번 월드시리즈 로스터(출전선수) 25명 가운데 흑인이 한 명도 없다. 흑인 없이 월드시리즈를 치르는 팀은 1953년 뉴욕 양키스 이후 52년 만이다. 양키스는 1947년 재키 로빈슨이 인종 차별의 장벽을 넘어 메이저리그 첫 흑인 선수가 된 지 8년이 지난 1955년에야 얼스터 하워드가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을 정도로 철저히 흑인을 배척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50년 전 얘기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9%로 늘어났고,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쿠바, 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 국가와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가 선수들도 20%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백인 일색인 휴스턴의 선수 구성은 ‘양키 우월주의’ 색채를 짙게 풍긴다.

시카고 팀이름은 ‘흰양말’이지만, 감독-코치-선수 ‘제3세계’ 일색

반면,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감독과 코칭스탭, 선수들이 제3세계 일색이다. 우선 아지 기옌(41) 감독부터 베네수엘라 사람이다. 기옌(41)은 외국인 감독으로선 최초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해 베네수엘라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화이트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승승장구하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텔레비전에 출연해 기옌 감독과 화이트삭스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차베스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눈엣 가시’라는 점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이다.

화이트삭스에는 또 팀의 주축 투수들인 호세 콘트레라스(쿠바), 올란도 에르난데스(베네수엘라), 프레디 가르시아(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 출신 선수들이 10명에 이른다. 한국인 불펜코치인 이만수와 일본인 2루수 이구치 다다히토도 있다.

어쨌든 ‘제3세계’ 화이트삭스는 미국으로 상징되는 휴스턴을 4연승으로 완파하고 1906년과 1917년 이후 3번째로 월드시리즈를 품에 안았다. 특히 86년간 화이트삭스를 괴롭혔던 ‘블랙삭스의 저주’를 푸는 데 제3세계 감독과 선수들이 ‘주술사’ 구실을 한 셈이다.

제3세계 감독·선수는 ‘저주’ 푼 ‘주술사’

86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우승한 보스턴 레드삭스팀이 우승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이제 ‘저주’ 이야기를 좀 해보자. 메이저리그에서는 유명한 ‘3대 저주’ 가운데 ‘밤비노의 저주’와 ‘블랙삭스의 저주’가 나란히 86년 만에 풀렸다. 21세기 들어 지긋지긋했던 ‘저주’가 하나씩 풀리고 있는 것이다. ‘밤비노의 저주’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헐값(12만5천달러)에 판 뒤 86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보스턴은 이 기간중 4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3승3패를 기록한 뒤 7차전에서 쓴잔을 마셨다. 반면, 양키스는 루스를 영입한 이후 26차례나 우승하며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했다. 보스턴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양키스에 3패를 당한 뒤 기적같은 4승을 따낸다. 그리고 내친 김에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연승으로 물리치고 86년 만에 저주에서 벗어났다.

‘블랙삭스의 저주’는 1919년 화이트삭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월드시리즈 당시 화이트삭스 주전 선수 8명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영구제명된 ‘블랙삭스 스캔들’을 말한다. 당시 화이트삭스 선수들은 극심한 생활고로 양말조차 빨아신지 못해 검은 색으로 변했다고 해서 ‘블랙삭스의 저주’로도 불린다. 화이트삭스는 이번 월드시리즈 제패로 ‘하얀 양말’을 되찾았다.

3대 저주 ‘밤비노의 저주’ ‘블랙삭스의 저주’ ‘염소의 저주’

이제 남은 것은 시카고 커브스의 ‘염소의 저주’다. ‘염소의 저주’는 194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 샘 지아니스라는 커브스 팬이 염소를 데리고 구장에 들어가려다가 저지당하자 “커브스에게 저주를 내린다”고 소리친 데서 생겼다. 당시 최강 전력이던 커브스는 디트로이트에 3승1패로 앞서다가 내리 3연패를 당해 3승4패로 무너졌다. 그 뒤 지금까지 60년간 월드시리즈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2003년에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플로리다 말린스에 3승1패로 앞서며 58년 만에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6차전 3-0으로 앞선 8회 1사 2루에서 커브스 좌익수 모이세스 알루가 잡을 수 있었던 파울 타구를 관중석에 있던 26살의 청년 스티브 바트먼이 먼저 낚아챘다. 커브스는 이후 뭔가에 홀린 듯이 8점을 내주고 거짓말같은 역전패를 당했고, 7차전마저 내주며 땅을 쳤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포스트시즌의 ‘저주’

일본에서도 저주는 풀리지 않았다. 일본시리즈에 진출한 한신 타이거즈가 롯데 머린스에 완패해 ‘켄터키 후라이드의 저주’를 풀지 못한 것이다. 한신은 1985년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광적인 팬들이 오사카의 도톤보리 강에 뛰어들었고,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점 앞에 서 있던 켄터키 후라이드치킨 창업자 코넬 샌더스의 인형까지 도톤보리 강에 던졌다. 이 해 한신은 세이부 라이온즈를 꺾고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했지만 이후 20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다. 2003년에는 일본시리즈에서 다이에 호크스와 3승3패로 맞섰지만 7차전에서 2-6으로 졌다.

200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삼성 선수들이 10일 축하불꽃이 터지는 대구야구장을 뛰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한국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두번째 한국시리즈 제패로 ‘달구벌의 저주’를 완전히 땅에 묻었다. ‘달구벌의 저주’는 1984년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삼성이 후기리그 막판 노골적인 져주기 경기를 펼친 끝에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만만한’ 롯데를 선택했다가 한국시리즈에서 롯데에게 3승4패로 무릎을 꿇은 뒤 7차례나 준우승에 머문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삼성은 2002년 ‘달구벌’ 대구에서 엘지 트윈스를 누르고 마침내 한국시리즈를 품에 안았다. 또 지난해에는 현대에게 권좌를 내줬으나, 올해 다시 되찾아 ‘달구벌의 저주’를 전설로 만들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은 물론 삼성을 대표했던 강타자인 이승엽(롯데 머린스)과 이만수(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일본과 미국 무대를 정복하는 쾌거도 이뤘다.

월드시리즈에서는 유난히 많은 기록을 남겼다. 역대 최장시간 경기(3차전·5시간41분), 휴스턴 시리즈 통산 역대 최소 점수차 패배(6점차), 구원 투수 최다패(휴스턴·4패), 최초의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팀 배출(화이트삭스) 등이 그것이다.

숱한 화제와 기록을 남긴 2005년판 한·미·일 ‘야구 삼국지’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들이 야구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 그 속편을 기대해 본다.

<한겨레> 스포츠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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