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2 18:41
수정 : 2005.11.02 18:41
기영노의 야구 삼국지
모든 스포츠 구단은 명문팀으로 불려지길 바란다. 그러나 돈을 펑펑 쓰거나 몸값이 비싼 선수가 많다고 해서 붙여지지 않는다. 엄청난 스카우트 비용을 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나, 국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를 명문팀이라 부르지 않고 그저 ‘부자구단’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명문팀이 되려면 오랜 전통과 뛰어난 성적, 그리고 르네상스 시기가 있어야 한다. 물론 골수 팬들도 많아야 한다.
한·미·일 세나라에는 첫손에 꼽히는 프로야구 명문팀들이 있다. 뉴욕 양키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해태(현 기아) 타이거즈다. 세 팀은 각각 자기 나라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음은 물론, 다른 어느 팀도 따를 수 없는 연속우승 기록도 갖고 있다. 스포츠 계에서는 챔피언이 되는 것 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이들 명문 팀들은 적게는 4년, 많게는 9년이나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양키스는 케이시 스텡겔 감독이 미키 맨틀, 요기 베라 등 전설적인 선수들을 데리고 1949년부터 53년까지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리그 최다기록이다. 요미우리도 가와가미 데쓰하루 감독이 오 사다하루(왕정치)-나가시마 시게오로 이뤄진 이른바 ‘ON포’를 앞세워 65년부터 73년까지 9년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프로야구 뿐 아니라 프로축구 프로농구 등 다른 종목을 통틀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이다. 다른 팀들의 연속 우승은 2년이 고작이다. 국내에선 해태가 김응용 감독을 비롯해 선동열이라는 ‘거물’과 김봉연 김성한 김종모 김준환 김일권 등으로 이뤄진 ‘김씨 강타선’을 앞세워 86년부터 89년까지 4년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해태를 뺀 연속우승은 현대 유니콘스의 2년 연속뿐이다.
그런데 올해는 세 나라를 대표하는 이들 명문 팀들이 모두 몰락했다. 요미우리와 기아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양키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엘에이 에인절스에 분패했다. 이들 세 팀은 모두 타선보다는 투수력이 약해 탈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 아무리 명문구단이라도 야구는 역시 ‘투수 놀음’인 셈이다.
스포츠평론가
younglo5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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