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23 16:18
수정 : 2017.05.23 21:18
한화, 23일 KIA 홈경기 앞두고 전격 경질
75살 고령…‘지도자 48년’ 사실상 종지부
23일부터 이상군 투수코치가 감독대행
‘야신’ 김성근(75) 감독은 48년간의 야구 사령탑 인생에서 세 번 울었다고 했다. 첫번째 눈물은 1977년 가을, 당시 충암고 감독이던 그는 9회초까지 충암고 투수 기세봉의 노히트노런을 앞세워 2-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9회말 신일고 김남수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고 2-3으로 졌다. 선수들은 모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고, 김 감독도 울었다.
두번째 눈물은 2002년 가을, 엘지(LG) 트윈스 사령탑으로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말 삼성 이승엽에게 동점 3점 홈런, 마해영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맞고 9-10으로 역전패한 뒤 한국시리즈 우승을 삼성에게 내준 때였다.
세번째는 에스케이(SK) 와이번스 감독이던 2009년 가을,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아(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에서 6-1로 앞서다가 9회말 나지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6-7로 역전패를 당한 뒤였다. 앞서 가을에 세번 눈물을 흘렸던 김 감독이 초록의 계절 5월에 속울음을 삼키고 있다.
‘야신’이 마침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리는 기아(KIA) 타이거즈와 홈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한화 구단은 “김성근 감독이 21일 홈 경기가 끝난 뒤 구단과 코칭스태프 측에 사의를 표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상 구단은 김성근 감독의 경질 절차를 밟고 있었다. 구단은 21일 대전 삼성전이 끝난 뒤 팀 훈련을 하려는 김 감독에게 “일요일 경기가 끝난 뒤 훈련하는 것을 불허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런 상황이면 감독으로 더 일하기 어렵다”고 맞섰고, 한화 구단은 코치들을 모아놓고 ‘감독대행’을 정했다. 김광수 수석코치가 이를 거절하자 이상군 투수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나서기로 했다.
김 감독은 2014년 10월, 한화와 3년간 계약을 맺은 뒤 첫 해이던 2015년 만년 하위팀을 중위권으로 이끌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나 뒷심 부족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5위)에 한끝이 부족한 6위에 그쳤다.
김 감독의 지도력에 상처가 난 것은 지난해부터다. 선발투수가 다음날에도 선발로 나서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투수 기용으로 비난을 받았고, 2군행을 통보 받은 고바야시 세이지 투수코치가 돌연 사임하며 김 감독의 리더십에도 타격을 입었다. 우승 후보로 기대를 모은 팀 성적은 7위에 그쳤고, 시즌 뒤 감독 경질설이 불거졌다.
올 시즌에도 10개 구단 중 가장 화려한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18승25패로 10개 팀 중 9위에 머물렀다. 특히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 종료 뒤 영입한 박종훈 단장과 스프링캠프 때부터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 한화 구단은 구단의 전반적인 권한을 박 단장에게 주고, 김 감독의 권한은 ‘1군 운영’으로 한정해 현장과 프런트의 갈등이 계속됐다.
김 감독은 결국 계약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2014년 10월 한화 감독으로 취임한 지 31개월 만이다.
75살의 고령인 김성근 감독은 1969년 마산상고(현 용마고) 감독 이후 48년 만에 사실상 현역에서 물러나게 됐다. 또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오비(OB) 베이스(현 두산 베어스) 코치로 시작한 프로야구 지도자 생활도 35년 만에 접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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