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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8 19:21 수정 : 2005.11.28 19:21

권오상 기자

현장에서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의 커미셔너(총재) 버드 셀리그는 올해 71살이면서도 왕성한 활동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밀워키 출신의 그는 평생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카고 커브스의 열성 팬이었다. 그가 야구판에 실력가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31살이던 1965년이었는데, 밀워키에 연고를 둔 브레이브스의 최대 주주가 됐다. 그는 브레이브스가 애틀랜타로 연고지를 옮기자 자신의 주식을 판 뒤 더 브루어스라는 회사를 만들고, 68년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를 밀워키에 유치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사들이려고 시도하는가 하면 파산선고가 난 시애틀 파일러츠의 연고권을 차지하는 등 그의 활동범위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82년엔 그가 단장으로 있던 브루어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기도 했다.

셀리그는 이런 야구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98년 9대 메이저리그의 커미셔너가 된 뒤 수많은 사업을 성사시켰다. 그의 재임 시절 밀워키를 비롯해 애리조나, 휴스턴, 피츠버그 등 13개 도시에 새 야구장이 들어섰고, 2002년엔 30년 만에 처음으로 선수와 구단이 한차례의 파업도 없이 노사협상을 끝내는 성과를 거뒀다.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내달 초에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항간에 나도는 ‘신상우씨 내정설’을 두고 말들이 많다. 시민단체는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했는데, 프로야구선수협회는 낙후된 야구장 인프라를 구축할 능력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고만 밝혀 또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게다가 박 총재는 특정 구단의 사장이 앞장서 새 총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퇴를 결심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야구판이 혼란스러운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첫 민선 총재로 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박 총재가 임기만료 석달여를 앞두고 갑작스레 퇴진을 밝힌 동기가 석연찮다. 나아가 박 총재 취임 당시 ‘구단주들이 돌아가면서 총재를 맡기로 한 원칙’은 계속 유효한지 의문이 간다.

정치권 인사들의 각종 체육단체 자리 장악은 그 도를 이미 넘어섰다. 그런데 아직도 정치권에 많은 것을 기대려고 하는 야구인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정치가 ‘만능’인 것처럼 비치는 한국의 야구 수준이 ‘비즈니스’로 야구를 성공시킨 미국의 수준과 잘 비교되는 대목이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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