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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2 19:12 수정 : 2005.12.13 10:22

야구 심판 학교 수강생들이 지난 11일 실기시험(왼쪽·오른쪽)과 1루심 실기교육(가운데)을 받고 있다.

화요 포커스

권오상 기자 야구심판학교 참가기

“타자가 친 공을 수비수가 모자로 받으면 어떻게 되죠?”

호기심 많은 한 수강생이 질문했다. “글러브 놔두고 힘들게 모자로 받을까요? 그렇게라도 잡을 순 있겠지요.”

1주일 뒤 강사가 말했다. “지난주 모자로 공 받는 질문 있었죠. 타자 주자에게 3개루를 줍니다. 야수가 페어볼을 모자나 옷의 일부에 고의로 닿게 할 때 적용하는 규칙입니다.”

“공 모자로 받으면?”
이론 강의 문답에
“아웃” “파울” 수백번
야구 보는 눈 생겼다

권오상 기자
아! 그렇구나. 한국야구위원회 제12기 심판학교가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학교에서 수료식을 끝으로 4주간의 교육일정을 마쳤다. 지원자 143명 중 이수증을 받은 졸업자는 여성 15명을 포함해 80명이 넘었다. 롯데의 이계성을 비롯해 선수 출신 13명은 프로심판을 꿈꾸는 사람들이지만 나머진 야구에 푹빠진 야구팬이나 사회인야구인들이다. 4년째 프로야구를 취재한 기자는 비시즌에 열린 심판학교에서 야구규칙 등을 배웠다.

?5c 사례 겯들인 이론강의= 수강생들의 궁금증은 계속됐다. “3루주자가 홈 직전 넘어져 못 일어날 때, 뒷주자가 부축해 함께 들어오면 득점 인정됩니까?”

강사의 답변. “퀸란이 3루주자를 밀어 아웃된 적이 있는데, 사실 주자간 신체접촉과 도움은 아웃이 아니어서 규칙을 바꿨죠. 득점 인정됩니다. 하지만 앞주자를 추월한 뒷주자는 아웃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 공인 야구규칙서를 교재로 한 이론강의는 매주 금요일 3시간씩 진행됐다. 프로심판 8년 경력의 박기택(37·1군 심판) 강사는 풍부한 사례를 들고, 익살스런 말투와 몸동작으로 강의를 흥미롭게 진행했다. “처음 해보는 강의라서 제대로 잘 했는지 모르겠다”고 겸손해 한 그는 “규칙서를 다시 제대로 읽으며 도움을 받은 것은 내 자신”이라고 마지막 수업시간에 수강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해 박수를 받았다.

?5c 어느새 자연스러워진 “스트라이크·아웃!”= 토요일(3시간)과 일요일(6시간)은 실기교육이다. 눈이 내린 탓에 체육관에서 강의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영하의 매서운 추위에서도 운동장 교육은 계속됐다. “준비, 콜!” 강사의 구령에 따라 “스트라이크!” “아웃!” “파울!”이라는 외침이 운동장에 퍼져나갔다. 어색하기만 했던 동작이 4주에 걸쳐 동작이 수백번씩 반복되면서 점차 익숙해졌다. 수강생들의 목소리도 자신감에 넘쳐난다.

이젠 1루심 연습이다. 타자가 중전안타를 치면서 2루심이 공을 따라가느라 자리를 비운다. 이 때 1루심은 1루주자를 거의 비슷한 속도로 따라 달린 뒤 2루에서 세이프·아웃을 가린다. “세이프!” 한 여성 수강생이 “이렇게 심판이 많이 뛸 줄은 몰랐다”며 숨을 헐떡거린다. 주심 역시 타구가 외야로 빠지자 마스크를 벗고 타구방향 쪽으로 뛰쳐나가 상황을 살핀다. 주심을 비롯해 1·2·3루심이 포진한 운동장은 금새 실전을 방불케하는 야구경기장으로 둔갑했다.

“주자가 리터치(외야수가 뜬공 포구시 다음루로 가기 위해 자기 베이스에서 출발하는 동작)할 땐 외야수가 공잡는 동시에 출발하는지 봐야 해요. 그래서 어디에 위치를 잡는지가 중요합니다.” 경력 11년차 최수원(38·1군 심판) 실기강사가 육중한 체구를 움직이며 바쁘게 설명한다.

?5c 야구가 확 달라져보여= 사회인 여자야구팀 마무리투수 이정은(23·고려대)씨는 “그동안 내가 던진 투구가 온통 보크였다”며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할지 배웠다”고 말했다. 야구마니아인 안광진(31·회사원)씨는 “야구가 타자와 수비수만 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젠 시야가 넓어졌다”며 “심판의 역할을 통해 야구의 묘미를 새롭게 알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에 비해 턱없이 낮은 프로심판의 대우가 좋아져야 할 이유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날 실기시험이 끝난 뒤 수료식이 열렸다. 주말마다 창원에서 상경해 찜질방에서 잠자며 교육을 끝까지 받은 최경철(44·두산중공업)씨는 성적과 태도에서 인정받아 최우수상을 받았다. 심판들로부터도 “달래, 파이팅!” 소리를 들으며 귀여움을 독차지한 진달래(21·성신여대)씨는 우수상을 받고는 “내가 제일 어려서 상을 줬나봐요”라고 밝게 웃는다. 부부가 함께 열심히 교육을 받은 김영철(35)-이윤주(32) 짝은 교육분위기를 한층 살갑게 돋워 모범상을 탔다. 글·사진/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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