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경제 제재중이라 안돼” “우리도 안가” 같은조 참가국 발끈
내년 3월 열리는 야구 국가대항전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미국 재무부가 ‘경제제재’ 상황을 이유로 세계 최강 쿠바의 참가를 불허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들이 이에 강력 반발해 대회 개최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예선 C조 경기를 주관하기로 한 푸에르토리코의 이스라엘 롤던 아마추어야구연맹 회장은 “미국 재무부의 결정은 올림픽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회 개최를 반납하겠다”며 초강경수를 들고 나왔다. C조에는 푸에르토리코를 비롯해 파나마, 쿠바, 네덜란드가 속해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직위원회는 22일(한국시각) 홈페이지(http://mlb.mlb.com)를 통해, 롤던 회장이 이런 내용의 편지를 앨도 노터리 국제야구연맹 회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롤던 회장은 미국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가 푸에르토로코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을진 모르지만, 국제야구연맹은 그 대회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태도에 못마땅함을 드러냈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조직위는 미국 재무부에 쿠바의 대회 참가를 정식 요청했다. 그러나 재무부는 ‘쿠바가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금이 걸린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불허했다. 조직위는 다시 한번 재무부 쪽에 쿠바의 참가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니카라과나 콜롬비아를 대체 출장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팻 코트니 메이저리그 대변인은 “재무부가 쿠바 참가만 허락하면 이런 복잡한 문제는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런 와중에 리반 에르난데스(워싱턴 내셔널스), 올랜도 에르난데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메이저리거들이 망명선수들로 구성한 쿠바대표팀을 꾸려 대회에 참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하지만, 쿠바를 대표하는 공식팀으로 인정받기 어려워 성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쿠바는 현재 미국과 함께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1992년부터 야구가 올림픽 종목이 된 이후 4차례 대회에서 3회 우승했고, 격년제로 시행된 야구월드컵에선 1982년(한국 우승)을 빼고는 13번 중 12번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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