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아가 23일 미국 조지아주 스톡브리지의 이글스 랜딩 컨트리 클럽에서 벌어진 플로리다스 내츄럴 채리티 클래식에서 우승한뒤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AP/연합)
|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차인 신예 임성아(22.농협한삼인)가 '역전불허'의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역전 우승을 거뒀다.
임성아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스톡브릿지 이글스랜딩골프장(파7 2.6천394야드)에서 열린 플로리다스 내추럴채러티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소렌스탐에 1타 뒤진 채 맞대결에 나선 임성아는 16번홀까지 팽팽하게 맞서다 17번홀(파4)에서 소렌스탐이 더블보기로 무너진 틈을 타 단독 선두로 올라선 뒤 18번홀(파5) 버디를 뽑아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 LPGA 투어에 데뷔한 임성아는 2년만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리며 LPGA 투어에서 정상에 오른 19번째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상금은 21만달러.
임성아의 우승으로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수확한 우승컵은 모두 55개로 늘어났고 올해는 7개 대회에서 3승을 올리는 초강세를 이어갔다.
지난 2001년 고교 재학 시절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 타이거풀스토토여자오픈을 제패해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던 임성아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김주미(22.하이마트)와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뒤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던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
2004년 미국으로 진출, 2부투어를 경험했고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10위로 2005년 투어 카드를 획득한 임성아는 첫해부터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 공동 3위 등 '톱 10' 네 차례 입상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 시즌 개막전 SBS오픈에서 공동 8위에 올랐지만 이후 두 차례 컷오프와 중하위권에 머물러 '2년차 징크스'에 빠지는 듯 했던 임성아는 '골프여제'를 상대로 역전우승이라는 '대박'을 터트렸다.
3라운드를 소렌스탐에 1타 뒤진 2위로 끝낸 뒤 "상대가 소렌스탐이지만 겁먹지 않고 내 식대로 플레이하겠다"던 임성아는 정작 소렌스탐과 동반 플레이에 나서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2번홀(파5)에서 4m 버디 찬스에서 3퍼트로 1타를 잃었고 3번홀(파4)에서는 아이언샷이 빗나가 다시 1타를 까먹었다.
임성아에게 천운이 따른 것은 소렌스탐이 몸이 무거운 지 실수 연발이었다는 사실.
1번홀(파4)부터 보기로 시작한 소렌스탐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임성아를 떨쳐 내지 못하고 오히려 공동 선두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임성아 역시 치고 나가지 못한 사이 크리스티 커(미국)가 잰 걸음으로 따라 붙어 우승 경쟁은 한때 3파전으로 바뀌었다.
임성아에게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낸 것은 경기 막판.
임성아와 소렌스탐을 1타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에 나선 커가 15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자멸했다.
13, 14번홀 연속 버디로 신바람을 냈던 커는 두번째 샷을 관중석으로 날려버린 데 이어 세번째 샷은 그린을 넘겼고 네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왔지만 보기 퍼트를 놓쳤다.
어부지리로 다시 공동선두에 복귀한 임성아와 소렌스탐의 운명은 17번홀(파4)에서 엇갈렸다.
소렌스탐이 친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OB구역으로 사라졌다. 티박스에서 세번째 샷을 친 소렌스탐은 네번째 샷을 핀 1.5m에 붙여 보기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퍼트는 빗나가면서 임성아에게 2타차 선두를 내줬다.
임성아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안전 위주의 플레이를 펼친 끝에 맞은 1.5m 버디 기회를 멋지게 성공시켜 우승을 자축했다.
소렌스탐은 18번홀에서 이글 칩샷이 홀을 외면하면서 설마설마했던 역전패가 현실이 되자 허탈하게 그린에 주저 앉고 말았다.
15번홀부터 17번홀까지 3개 홀 연속 보기 위기를 짜릿하게 넘기는 집중력을 과시한 임성아는 "너무 긴장해서 손이 다 떨렸다"면서 "사람들이 소렌스탐을 꺾은 나를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성아가 챔피언 퍼팅을 마치자 한희원(28.휠라코리아), 장정(26.기업은행) 등 선배들은 그린에 뛰어 들어 콜라를 뿌리면서 요란한 축하 세리머니를 펼쳤다.
3언더파 69타를 친 커, 그리고 2타를 줄인 카리 웹(호주)이 소렌스탐과 함께 임성아에 2타 뒤진 공동 준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한희원은 3언더파 69타로 선전,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공동5위에 올랐다.
또 장정이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8위(12언더파 276타)를 차지하며 '톱 10'에 한국 선수 3명이 자리 잡았다.
사상 첫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소렌스탐은 버디 4개에 더블보기 1개, 보기 5개 등으로 3오버파 75타를 치는 부진 끝에 그동안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최종 라운드 역전패 수모를 당했다.
소렌스탐은 "오늘은 정말 플레이가 안됐다. 빨리 잊어버리겠다"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권 훈 기자
kh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
"너무 긴장돼서 손이 떨렸어요"
24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플로리다스 내추럴패러티챔피언십에서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꺾고 우승한 임성아(22.농협한삼인)는 소감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임성아는 최종 라운드에서 소렌스탐과 우승을 다투게 돼 너무 긴장됐지만 정신을 집중했다고 말하며 소렌스탐은 여전히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LPGA와 가진 공식 인터뷰.
--오늘 경기는 어땠나.
▲소렌스탐과 경기를 하게 돼 매우 긴장됐다. 2번홀과 3번홀에서 보기를 했는데 빨리 잊어버리려고 했고 정신을 집중한 끝에 파 행진을 할 수 있었다. 후반 들어 크리스티 커가 따라 오는 것을 보고 다시 긴장이 됐지만 정신을 집중했다.
--긴장감이 오히려 정신을 집중하는데 도움이 됐나
▲전반에는 너무 긴장돼 손이 떨렸다. 하지만 후반 들어 캐디와 얘기도 많이 하면서 좋아졌다.
--캐디가 누구인가.
▲폴 마르티네즈다. 그는 7-8년 동안 투어 무대에서 활동했고 나와는 작년 맥도널드챔피언십에서 만났다.
--소렌스탐이 17번홀에서 OB를 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소렌스탐에게는 파5홀(18번홀)이 남아 있었다. 소렌스탐은 언제든지 이글을 할 수 있는 선수다. 그래서 더 경기에 집중했다.
--소렌스탐의 부진한 플레이에 대해 놀라지 않았는가.
▲소렌스탐이 오늘 같은 플레이를 할 지는 생각도 못했다. 나 또한 소렌스탐의 팬이고 그와 경기를 하고 싶었다. 소렌스탐은 여전히 훌륭한 선수다.
--우승이 확정된 뒤 갤러리에게 볼을 너무 세게 던진 것 아닌가.
--그분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어깨가 좋지 않아서 볼을 잘 못 던진다. 심지어 캐디에게 볼을 줄 때도 매번 실수를 한다.
▲한국에는 박세리 같은 훌륭한 골퍼들이 많은데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
--한국의 많은 주니어 골퍼들은 박세리의 성장을 지켜 보고 있다. 나는 박세리의 스윙, 마인드컨트롤 등 모든 것을 좋아한다. 내집에 박세리가 스윙하는 사진도 걸려 있다.
--18번홀 어프로치샷이 좋았는데 특별히 연습했나.
▲지난 1월부터 부치 하먼의 동생인 빌 하먼에게 레슨을 받았다. 그는 볼을 높이 띄울수록 핀에 가깝게 간다고 지도했다. 그것이 큰 도움이 됐다.
최태용 기자 cty@yna.co.kr (서울=연합뉴스)
|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