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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5 17:00 수정 : 2006.05.05 17:00

힘과 스피드에서 생리적 차이가 뚜렷한 스포츠 세계에서 여자 선수들이 남성의 벽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

골프에서도 여자 선수는 근력과 스윙 스피드가 남자 선수에 비해 크게 뒤져 동등한 조건에서도 당해낼 수 없다는 주장이 주류였다.

다만 4라운드 가운데 2라운드 성적을 합산, 출전자 가운데 절반 가량을 추려내는 컷의 벽만 넘어도 성공적이라는 분석이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남자프로골프 무대에 도전한 여자 선수가 없지 않았지만 컷을 통과한 것은 박세리가 58년만에 처음이다.

첫 주자는 지난 1945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스앤젤레스오픈에 출전해 컷을 통과했던 베이브 자하리아스.

여자골프선수로 82승이나 거뒀던 자하리아스는 '여자와 겨루는 것이 따분해서' 남자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944년 첫 도전에서 실패했던 그는 이듬해 컷 통과의 위업을 달성했으나 3라운드에서 79타를 치는 부진에 빠지자 경기를 포기, 공식 기록에는 순위를 남기지 못했다.

창던지기와 허들, 높이뛰기, 멀리뛰기 등 육상 선수로서 미국 대표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영광을 차지했던 만능 스포츠 우먼 자하리아스 이후 남성 무대에 감히 도전하는 여자골프선수는 58년 동안 아예 대가 끊겼다.


골프 기술과 장비의 발달로 남자 프로 선수들의 비거리는 '통제불능'의 경지에까지 늘어가면서 남녀 격차가 더욱 커져갔기 때문.

58년 동안 숨죽이고 있던 여자 선수들의 '반란'에 불씨를 당긴 주인공은 시골 골프장에서 레슨코치로 일하고 있던 36세의 수지 웨일리(미국)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은퇴 상태였던 웨일리는 2002년 지역골프대회에서 우승, 올해 PGA 투어 그레이터하트퍼드오픈 출전권을 얻어냈다.

그러나 웨일리는 서둘러 남자 대회 출전을 결심한 '여자프로골프의 지존'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58년만의 남자 대회 도전'의 영광을 빼앗겼다.

2003년 7월 열리는 그레이트하트퍼드오픈보다 2개월 앞서 소렌스탐은 PGA 투어 뱅크오브아메리카콜로니얼에 초청선수로 출전, 자하리아스 이후 두번째로 성대결 전사로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위대한 도전', '아름다운 실패' 등 찬사를 받았지만 소렌스탐은 비거리의 현격한 열세와 빠르고 단단한 그린 적응 실패 등으로 2라운드 합계 5오버파 145타로 컷오프됐다.

출전선수 111명 가운데 공동 96위에 그친 소렌스탐은 그나마 11명의 남자 선수보다 성적이 좋았다는 것이 위안거리였다.

세계 최강 소렌스탐이 실패한 뒤에도 여자 선수들의 남성 무대 도전은 이어졌지만 아예 '가능성'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철저하게 좌절했다.

그레이터하트퍼드오픈에서 웨일리는 2라운드 합계 13오버파 153타로 최하위권에 처지며 컷오프됐다.

이어 '천재 소녀' 위성미가 나섰지만 '지존' 소렌스탐도 이루지 못한 컷 통과가 호락호락할리 없었다.

2003년 8월 캐나다프로골프투어 베이밀스오프에 출전한 위성미는 2라운드 합계 9오버파 159타로 컷오프됐고 다음달 PGA 2부투어인 내이션와이드투어 보이시오픈에 다시 도전했으나 2라운드 합계 12오버파 154타로 꼴찌를 겨우 모면하는데 그쳤다.

괴력의 장타로 한때 LPGA 무대를 호령했던 로라 데이비스(영국)가 '아시아 변방국가'로 여긴 한국에서 열린 한국오픈을 만만하게 보고 출사표를 던졌으나 이틀동안 11오버파 155타의 망신만 당했다.

데이비스가 악전고투하고 있는 동안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시니어투어 터틀베이챔피언십에도 LPGA 스타 플레이어 출신 잰 스티븐슨(호주)이 성대결을 펼쳤지만 3라운드 합계 26오버파 242타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을 뿐이다.

컷오프가 없어 3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친 스티븐슨은 우승자에 무려 34타차 뒤지는 꼴찌에 그쳤다.

그러나 같은 해 박세리(29.CJ)가 한국프로골프 SBS최강전에서 컷을 통과한 뒤 공동10위까지 치고 올라간 것은 여성 선수가 남성 무대의 높은 벽을 허문 기념비적 사건.

이후 장타자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과 미야자토 아이(일본)도 일본 프로 무대에 나섰지만 남자 선수들을 당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른 여자 선수들이 대부분 한차례 정도 시험삼아 남자 무대에 뛰어 들었다면 위성미는 '될 때까지'라는 오기와 집념으로 뭉친 도전 정신을 발휘했다.

특히 8번이나 남자 대회 출전 끝에 결실을 맺은 위성미는 아예 'PGA투어 멤버'를 꿈꾸는 17세 소녀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도전이 계속된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여성 골퍼의 남자 무대 도전사는 이제부터 사실상 위성미의 독무대가 될 전망이다.

권 훈 기자 kh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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