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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US오픈골프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있는 호주의 제프 오길비와 아내 줄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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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길비의 우승 타수 285타는 1978년 대회 이후 28년만에 나온 오버파 스코어. 7오버파 287타로 헤일 어윈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모든 선수가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내 '윙드풋의 대학살'이라 불리는 1974년 대회에 버금가는 스코어로 코스가 험난했음을 보여줬다. 미켈슨에 1타 뒤진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오길비는 한때 공동선두에 나서기도 했지만 16번홀까지 미켈슨에 2타차로 뒤져 우승은 어려워보였다. 그러나 17번홀(파4)에서 5.4m 칩인 파세이브에 이어 18번홀(파4)에서도 두번째샷이 그린에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내려오는 불운 속에서도 파를 지켜내 우승의 밑거름을 쌓았다. 오길비는 앞서 경기를 펼친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가 공동선두를 달리다 18번홀에서 2타를 잃으면서 1타차로 뒤처진데다 단독선두였던 필 미켈슨(미국)도 마지막 홀에서 더블보기를 저지른 덕에 클럽 하우스에서 우승 순간을 맞았다. 메이저대회 3연승을 눈앞에 뒀던 '왼손 지존' 미켈슨은 오길비에 1타 앞선 채 맞은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저지르는 뼈아픈 실수로 1타차 공동2위에 그쳤다. 미국 주요 언론이 '과욕이 부른 참사'라고 지적했듯 미켈슨은 다 잡았던 우승컵을 무리한 코스 공략으로 놓치고 말았다.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숲을 지나 러프에 떨어진 미켈슨은 페어웨이로 안전하게 볼을 꺼내는 대신 곧바로 그린을 겨냥해 두번째샷을 날렸다. 하지만 볼은 더 깊은 러프로 들어갔고 세번째샷은 그린에 못미쳐 벙커에 떨어져 미켈슨은 잘해야 연장전이나 바라볼 수 있는 처지에 몰렸다. 미켈슨의 벙커샷마저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고 칩샷이 홀을 비켜가면서 오길비의 우승이 확정됐다. 미켈슨은 "아직도 정신이 멍하다. 내가 한 짓을 믿을 수 없다. 난 바보짓을 했다"며 자책했으나 "내년에 다시 US오픈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감정을 추스렀다. AP 통신은 미켈슨의 18번홀 플레이는 1999년 브리티시오픈 때 마지막홀에서 3타차 선두를 트리플보기로 날려버리고 역전패한 장 방데 발드(프랑스)의 사례를 들며 '최악의 마무리'라고 보도했다. 유럽투어의 강자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와 2003년 US오픈 챔피언 짐 퓨릭(미국)도 합계 6오버파 286타로 미켈슨과 함께 공동 준우승에 머물렀다. 권 훈 기자 kh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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