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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7 21:20 수정 : 2006.07.17 21:27

김미현이 연장 세번째홀(18번홀) 짜리 버디퍼팅을 시도하면서, 공이 홀에 빨려들어가기를 바라는 듯 몸을 낮춘 채 바라보고 있다. 실베이니아/AP 연합

김미현, LPGA 코닝클래식 연장접전 끝 우승
4R 중반부터 4타차 따라붙은 뒤 ‘뒤집기쇼’

무서운 기세였다.

전반 3번홀부터 7번홀까지 무려 5개홀을 연속으로 버디를 낚아채는 나탈리 걸비스(23·미국)의 질주에 김미현(29·KTF)도, 박세리(29·CJ)도 질릴 수밖에 없었다.

17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메도우스골프클럽(파71·640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제이미파 오언스 코닝클래식 마지막날 4라운드 챔피언조에 함께 나선 이들 3인은 초반부터 진검 승부를 펼쳤다.

3라운드 공동선두였던 걸비스는 아직 한번도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으나, 힘이 넘치는 샷과 특히 빼어난 외모로 갤러리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생애 첫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공동선두였던 ‘슈퍼 땅콩’ 김미현은 최근 박세리의 부활에 자극받은 듯 이번 대회 샷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길고 긴 슬럼프에서 화려하게 벗어난 박세리는 비록 1타 뒤진 채 챔피언조에 합류했지만 이미 이 대회 4번을 우승한터라, 5번째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걸비스는 전반 줄버디로 앞서 가며 김미현을 4타차로 밀어내며 마치 우승을 눈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페어웨이 우드의 달인’ 김미현의 끈질진 승부욕이 진하게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걸비스가 숨을 고르며 안전운행을 하는 사이, 김미현은 8번홀부터 10번홀까지 3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걸비스에 2타차로 따라 붙었다. 10번홀에서 아쉽게 보기를 기록한 박세리는 일단 우승경쟁에서 처지며 김미현의 추격을 지켜봐야 했다.

김미현은 16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1타차로 따라 붙었고, 17번홀에서도 결정적인 버디를 잡아내며 파 행진을 하던 걸비스와 끝내 동타를 이뤘다. 여유있게 미소짓던 걸비스의 표정이 굳어지며 샷이 흔들렸다. 반면, 김미현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다잡은 사냥감을 요리하듯 침착하게 샷을 했다. 18번홀에서는 김미현과 걸비스 모두 2m 가량의 버디퍼트가 살짝 비켜가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마침내 연장전에 들어갔다.

프로경력 7년에 6승을 챙겼던 김미현은 노련미에서는 앞서나, 이전까지 4차례 연장전 승부에서 1승3패를 기록하며 체력과 근성에서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반면, 프로경력 4년 동안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걸비스는 갤러리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패기와 체력면에서 김미현에 앞서 있었다.


파5인 18번홀에서 첫번째 연장전 승부가 벌어졌다. 둘다 버디를 잡지 못해 17번홀(파5)에서 연장 두번째 승부를 펼쳤지만 역시 둘다 파를 기록했고, 다시 18번홀에서 세번째 승부를 펼쳤다. 정말 팽팽한 접전이었다. 그러나 승부는 나는 법. 세번째 샷을 김미현은 홀 떨어진 곳에 떨어뜨렸고, 걸비스는 2.7m 거리에 붙였다. 우승의 추는 걸비스 쪽으로 기우는듯 했다.

박세리 단독 4위 박세리가 8번홀에서 퍼디 퍼팅을 성공시킨 뒤 공을 들어보이며 갤러리의 성원에 답하고 있다. 실베이니아/AP 연합

김미현은 그 가슴터질듯 긴장된 순간에서도 부드럽게 퍼터를 공에 갖다댔고, 홀을 향한 공은 잠시 후 사라졌다. 갤러리는 순간적으로 경악하며 김미현의 버디를 확인해야 했다. 걸비스는 침착하려 무진 애를 썼지만 2.7m의 거리는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집어넣어야 또다시 승부를 연장시킬 수 있는 퍼팅. 걸비스는 그린의 경사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퍼팅했으나, 공은 살짝 홀을 비껴났다. 성급하게 승부를 노리지 않고,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한 김미현의 통쾌한 승리였다.

지난 5월1일 진클럽스 앤드 리조트오픈에서 우승하며 부활을 예고했던 김미현은 이로써 통산 7승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만천하에 알렸다. 우승상금으로 18만달러를 챙긴 김미현은 시즌 101만4724달러를 받아 상금순위를 4위로 끌어 올렸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김미현 우승 인터뷰 “잊혀져 가긴 싫었다”

“세리와 내가 잘돼야 후배도 잘돼”…이젠 메이저우승 겨냥

“나의 라이벌은 ‘코스’다. 앞으로도 코스와의 ‘고독한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슈퍼땅콩’ 김미현(29·KTF)은 제이미파 오언스 코닝클래식 우승 뒤 인터뷰에서 한층 성숙해진 승부사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한국 선수를 비롯해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나의 라이벌은 그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엘피지에이(LPGA) 코스가 점점 길어져 가는 점을 감안하면, 필드에서의 싸움은 앞으로 더욱 고독한 전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체적 조건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불리한 그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항상 샷거리가 짧은 핸디캡 속에서 힘겨운 우승경쟁을 벌여야 했던 김미현이다. 그럼에도 통산 7승을 올리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연장전 1승3패로 뒷심이 약했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선두권을 유지하고, 뒤지다가도 따라잡고, 위기의 순간 경기리듬을 잃지 않는 모습이 새롭다. 김미현은 “지난 겨울훈련 때 청소년시절보다 훨씬 많은 운동량을 소화해 체력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또 “뒷심이라는 것은 체력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집중력과 노련미”라며 “미국무대에서 7~8년차가 되다보니 노련미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강해졌다.

무엇 때문에? 그는 “잊혀져 가는 김미현이 되기 싫었다”라고 밝혔다. 1999년 엘피지에이에 데뷔해 그해 2승을 올렸고, 신인왕도 차지했다. 그리고 2002년까지 통산 5승을 올리며 잘나갔다. 그러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무관의 부진 속에서 아픔을 겪어야 했다. 김미현은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한국 1세대인 박세리와 내가 이대로 주저 앉기가 싫었고, 우리가 잘 돼야 후배들도 잘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시즌 2승으로 통산 7승 고지를 넘어선 김미현의 남은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그는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다는 것이 항상 머리 속에서 맴돌곤 한다”며 “하반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체력만을 앞세워 투어를 하는 것은 무리”라는 김미현. 앞으로 그가 몇승을 추가할지 골프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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