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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미는 제 2의 타이거 우즈로까지 거론되는 천재적인 골퍼라는 것은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PGA 대회에 초청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언뜻 생각해도 남자 대회에서야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본무대인 LPGA의 성적은 필시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지 LPGA에서도 단 한 차례의 우승도 없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의 여왕 아니카 소렌스탐의 통산 상금이 1천833만2천달러인데, 그것은 말 그대로 1994년에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벌어들인 상금을 다 합친 것이다. 그에 비해 미셸위는 2000년부터 아마로 활약하다가 작년에야 비로소 데뷔하였다. 그나마 우승 기록이 전무하지만 만일 우승했다고 하더라도 PGA의 상금에 비교하면 “껌값”에 지나지 않는 상금을 받게 될 뿐이다. 하지만 미셸위는 이미 천만장자의 대열에 들어서 있다. 그녀의 수입 가운데 절대다수가 본업인 골프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쓴웃음을 머금게 된다.
다시 PGA로 돌아가자. 엄밀하게 따지면 미셸위는 PGA의 컷오프를 통과한 기록이 있다. 그 기록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세웠다. 올해 개최된 SK텔레콤 오픈에 초청 형식으로 참가한 미셸위가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남자대회에서의 컷오프를 통과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마이너 이하의 사이드 대회에서의 기록이라 그런지 미국에서는 전혀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당시 대회의 총 상금이 6억 원 가량이었는데 미셀위가 챙겨간 액수는 무려 39억 원에 달한다. 컷오프를 통과한 다음의 성적은 공동 35위에 지나지 않았으면서도 총상금의 무려 6배가 넘는 돈을 번 미셸위의 능력이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골프는 형편없이 치고도 그렇게 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가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외모에 기반 된 상품성이며 스포츠마케팅에서 그것을 극대화시킨 결과라고 해도 너무나 지나쳤다.
하기야 미셸위를 탓할 필요는 없다. 미셸 위가 방한하기 전부터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흥분했고 거의 국빈급의 예우를 갖추었다. 언론들은 그녀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는 등의 하찮은 것까지도 특종이라도 되는 듯 호들갑을 떨어대지 않았던가? 우리가 거액을 집어주고 극진한 예우를 다한 것은 미셸위가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동질감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미셸위는 박찬호와 박세리처럼 한국인으로서 메이저 무대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아니었다. 그녀의 본질은 미국인 미셸위이며 가끔씩 필요에 따라 위성미라는 한국 이름과 한국어를 사용했을 뿐이었다. 당시 내한했을 때 영어로 질문하는 기자에게 한국어로 대답한 센스를 발휘한 것은 돈을 받는 데 대한 립 서비스에 지나지 않았다. 39억이나 쥐어주는 데 그쯤이 무슨 대수겠는가? 좋아한다는 한국음식을 줄줄이 꿰었지만 일본에 가서는 스시와 사시미를 좋아한다고 대답할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미셸위는 경기가 끝난 다음 형편없는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한 미안함은 조금도 비치지 않았다. 직업선수로서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그녀를 맞을 때와 마찬가지로 극진한 예우를 다해 배웅했다. 안락한 비즈니스 클래스에 피곤한(?) 몸을 누인 미셸위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고통스럽게 쭈그리고 앉은 미셸위의 모습에서 고국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본다, 언제든지 돌아가면 푸근하게 맞아주고 듬뿍 주어 돌려보내는 고국이 있는 한 그녀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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