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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4 10:26 수정 : 2006.07.24 15:20

'붉은 셔츠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세계 정상급 골프 선수들이 유독 최종 라운드 때 붉은 셔츠를 입은 타이거 우즈(미국) 앞에서 제풀에 무너지곤 해서 생긴 '타이거 공포증'이 제135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우즈는 지금까지 마지막 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한 대회에서 거의 역전패가 없는 선수로 유명하다.

PGA 투어 공식 대회에서 3라운드를 선두로 끝낸 37차례 대회에서 35승을 이뤘고 메이저대회에서는 11승 모두 선두를 고수한 우승이었다.

최종 라운드에서 특히 좋은 성적을 낸 덕도 있지만 추격하던 선수들이 속절없이 타수를 까먹으며 트로피를 거저 내주다시피 한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친 선수가 까닭 모를 부진 끝에 우승은 커녕 준우승조차 내주는 사례도 허다하다.

어니 엘스(남아공), 필 미켈슨(미국), 비제이 싱(피지) 등 내로라 하는 강호들도 모조리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우즈에게 우승컵을 바치다시피한 경험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타이거 공포증'의 희생양은 우즈와 챔피언조에서 동반 플레이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됐다.


가르시아는 겁없는 플레이 스타일로 한때 우즈를 위협할 '신예'로 꼽혔으나 '고양이 앞에 쥐' 신세가 되고 말았다.

1번홀부터 가르시아는 위축된 모습이 역력했다. 버디 퍼트를 턱없이 짧게 쳐 2m 거리에서 힘겨운 파퍼트를 해야 했다.

2번홀에서는 반대로 너무 힘이 들어간 듯 버디퍼트를 너무 강하게 쳤다가 결국 1.2m 거리의 파퍼트를 놓치면서 '타이거 공포증'에 스스로 매몰되기 시작했다.

다음 홀에서도 1m 파퍼트를 넣지 못한 가르시아는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할 5번홀(파5)에서는 티샷을 벙커에 집어넣은 실수 끝에 겨우 파를 지켰다.

하지만 우즈는 이 홀에서 이글을 뽑아내 가르시아를 5타차로 따돌렸다. 가르시아는 8번홀과 9번홀에서도 잇따라 실책을 쏟아내며 전반에만 4타를 잃어버렸다.

10위 밖으로 밀려날 위기에 몰리며 역전 우승 가능성이 사라진 뒤에야 가르시아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타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했지만 순위를 공동 5위로 끌어 올리는데 그쳤다.

가르시아는 "오늘은 내가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면서 "내가 원하던 플레이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르시아와 함께 1타차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엘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즈에 앞서 경기를 치른 엘스는 우즈가 4번홀까지 제자리 걸음을 걷는 동안 추격의 고삐를 죄는데 실패했다.

우즈가 4번홀에 있을 때 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선두로 따라 붙었지만 곧바로 우즈가 이글을 잡아내면서 선두는 그야말로 잠깐 뿐이었다.

이후 엘스는 8번홀에서 1타를 잃으면서 우즈에게 편안한 3타차 리드를 헌납했고 꼭 버디를 챙기고 넘어가야 했던 10번홀(파5)에서 짧은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한데다 11번홀에서 보기를 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엘스는 "우즈는 게임을 풀어나가는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천했다"면서 "우즈를 상대로 역전승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실토했다.

나름대로 선전을 펼친 디마르코 역시 결정적인 한방이 터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디마르코는 우즈가 이글을 잡아낸 5번홀(파5)에서 버디를 챙겨놓지 못한 것이 중반까지 부담이 됐다.

최종 라운드에서 우즈보다 더 낮은 스코어를 낸 선수는 단 1명도 없었다. 특히 우즈를 위협하던 선두권 선수 가운데 68타를 친 디마르코를 제외하고는 60대 타수를 때려낸 선수도 준우승자 디마르코 빼고는 눈에 띄지 않았다.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 평균 스코어 1위인 우즈를 따라 잡으려면 신들린 타수를 줄여야 하는데 어떤 선수도 이런 투지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우즈의 뒷심도 간단치 않으나 메이저대회 '역전불허' 신화는 동료 선수들의 '협조' 속에 쌓인 셈이다.

권 훈 기자 kh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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