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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4 19:12 수정 : 2006.07.24 19:21

브리티시오픈서 11번째 메이저 우승컵
두달전 숨진 ‘스승’ 아버지의 빈자리에 오열

태어난 지 6개월된 아이가 처음 골프채를 잡고 놀았을 때, 아버지는 곁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3살 때 9홀을 48타로 돌았을 때도, 각종 주니어대회를 휩쓸며 세상을 놀라게 했을 때도, 그 아버지는 곁에서 흐믓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아버지의 지극한 정성 때문인지, ‘골프신동’은 ‘골프황제’라는 칭호를 얻는다.

24일(한국시각) 메이저대회 11번째 타이틀을 거머쥔 그 아이는 처음으로 심하게 오열하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평생의 스승이며 친구”였던 아버지의 빈자리 탓이었다.


‘황혼 저편 너머에서 아버지가 보고 계시겠지….’ 타이거 우즈가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를 들어올리고 있다. 호이레이크/AFP 연합

타이거 우즈(31·미국)가 최고 권위의 135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2개월전 전립선암으로 숨진 아버지 얼 우즈에게 통산 11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바쳤다. 미국프로골프(PGA) 통산 49승째. 우즈는 1983년 톰 왓슨(미국) 이래 23년 만에 2년 연속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를 들어올린 주인공이 됐다. 메이저대회 통산 우승 2위에 오른 우즈는 잭 니클로스가 갖고 있는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돌파를 다음 목표로 두게 됐다.

이날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하며, 맹추격전을 펼치던 크리스 디마르코(미국)를 2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우즈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첫 우승에 감정이 복받친 듯 챔피언 퍼팅 뒤,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린 밖으로 걸어나온 그는 아내인 엘린과 포옹하면서 또 한동안 울먹였다.


이날 경기가 열린 영국 호이레이크의 로열리버풀골프클럽(파72·7258야드)은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어 풍파가 심하고, 아기자기한 치장보다는 자연상태의 황량함이 강조된 링크스코스. 그래서 장타보다는 정교함이 필요하고, 어설픈 선수가 아니라 진정한 고수만이 정상을 차지할 수 있다. 그 거친 싸움에서 표정 변화없이 냉혈한처럼 타수를 줄여온 우즈는 “아버지가 이 자리에 없는 게 너무나 슬펐다”고 말했다. 흑인 아버지와 타이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그는 혼혈이라는 조건을 딛고 ‘이기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아버지가 더욱 그리웠을 것이다.

우즈의 홀 공략은 매우 실리적이었고, 냉정했다. 4라운드 72홀을 돌면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 경우는 딱 한번이고, 나머지는 롱아이언(2번)으로 코스를 공략했다. 375야드를 날릴 수 있는 장타력이 있지만, 잘못쳐 공이 러프에 빠지면 매서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4라운드를 보면,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낮게 보낸 티샷 가운데 85.7%가 페어웨이에 적중했다. 페어웨이에서의 두번째 아이언샷은 18개 가운데 15개가 그린에 적중했다. 또 파4홀은 파로 막고, 파5홀에서 반드시 버디를 잡는 게임으로 우세를 지켜나갔다. 5번홀(파5) 8m 이글퍼트는 압권이었다.

우즈의 아버지는 아들이 퍼팅할 때 옆에 서 주머니 속의 동전을 딸랑거리며 집중력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공동 2위 3명에 1타차로 추격당했지만, 결코 추격자들에게 빈틈을 주지 않았다. 12번홀(파4)에서 1타를 잃어 크리스 디마르코에게 1타차로 쫓겼으나 14(파4)·15(파3)·16번(파5)홀에서 연속 3버디로 휙 달아났다. 4타를 줄이며 맹추격한 디마르코는 나중에 “우즈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졌다. 누가 추격을 하면 게임을 다른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고 혀를 찼다. 디마르코는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생애 세번째 메이저대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허석호가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 8번홀 경기 도중 벙커샷을 하고 있다. 호이레이크/AFP 연합

한편, 2004년 대회 때 1~3라운드에서 선두권을 달려 돌풍을 일으켰던 허석호(33)는 아쉽게 ‘톱10’에는 들지 못했으나 한국 선수의 브리티시오픈 도전 사상 최고 성적인 공동 11위에 올랐다. 허석호는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최경주는(36·나이키골프)는 2004년 공동 16위를 기록한 바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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