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전 숨진 ‘스승’ 아버지의 빈자리에 오열 태어난 지 6개월된 아이가 처음 골프채를 잡고 놀았을 때, 아버지는 곁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3살 때 9홀을 48타로 돌았을 때도, 각종 주니어대회를 휩쓸며 세상을 놀라게 했을 때도, 그 아버지는 곁에서 흐믓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아버지의 지극한 정성 때문인지, ‘골프신동’은 ‘골프황제’라는 칭호를 얻는다. 24일(한국시각) 메이저대회 11번째 타이틀을 거머쥔 그 아이는 처음으로 심하게 오열하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평생의 스승이며 친구”였던 아버지의 빈자리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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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저편 너머에서 아버지가 보고 계시겠지….’ 타이거 우즈가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를 들어올리고 있다.
호이레이크/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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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31·미국)가 최고 권위의 135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2개월전 전립선암으로 숨진 아버지 얼 우즈에게 통산 11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바쳤다. 미국프로골프(PGA) 통산 49승째. 우즈는 1983년 톰 왓슨(미국) 이래 23년 만에 2년 연속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를 들어올린 주인공이 됐다. 메이저대회 통산 우승 2위에 오른 우즈는 잭 니클로스가 갖고 있는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돌파를 다음 목표로 두게 됐다. 이날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하며, 맹추격전을 펼치던 크리스 디마르코(미국)를 2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우즈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첫 우승에 감정이 복받친 듯 챔피언 퍼팅 뒤,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린 밖으로 걸어나온 그는 아내인 엘린과 포옹하면서 또 한동안 울먹였다.
이날 경기가 열린 영국 호이레이크의 로열리버풀골프클럽(파72·7258야드)은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어 풍파가 심하고, 아기자기한 치장보다는 자연상태의 황량함이 강조된 링크스코스. 그래서 장타보다는 정교함이 필요하고, 어설픈 선수가 아니라 진정한 고수만이 정상을 차지할 수 있다. 그 거친 싸움에서 표정 변화없이 냉혈한처럼 타수를 줄여온 우즈는 “아버지가 이 자리에 없는 게 너무나 슬펐다”고 말했다. 흑인 아버지와 타이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그는 혼혈이라는 조건을 딛고 ‘이기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아버지가 더욱 그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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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호가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 8번홀 경기 도중 벙커샷을 하고 있다. 호이레이크/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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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04년 대회 때 1~3라운드에서 선두권을 달려 돌풍을 일으켰던 허석호(33)는 아쉽게 ‘톱10’에는 들지 못했으나 한국 선수의 브리티시오픈 도전 사상 최고 성적인 공동 11위에 올랐다. 허석호는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최경주는(36·나이키골프)는 2004년 공동 16위를 기록한 바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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