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김주미, 공동 10위...74타 친 위성미는 공동 26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왕관은 44세의 백전노장 셰리 스테인하워(미국)에게 돌아갔다.
스테인하워는 7일(한국시간) 영국 블랙풀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링크스(파72. 6천463야드)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쳐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정상에 올랐다.
1998년과 1999년에 이어 7년 만에 브리티시여자오픈 세 번째 우승컵을 차지한 스테인하워는 1992년 뒤모리에클래식 우승 이후 14년 만에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는 감격을 누렸다.
1998년과 1999년 우승 당시 브리티시여자오픈은 메이저대회가 아니었고 뒤모리에클래식은 2000년을 끝으로 폐지됐다.
스테인하워는 "내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두 차례 우승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것으로 여겼지만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기가 성가셨다"고 운을 뗀 뒤 "이젠 정말 메이저대회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우승상금 30만5천440 달러를 받은 그는 상금랭킹 15위(61만8천85달러)로 수직 상승했고 5년간 투어 카드와 20명만 출전하는 삼성월드챔피언십, 그리고 투어대회 우승자만 초청받는 미첼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출전권 등 푸짐한 부상을 챙겼다.
2004년 사이베이스클래식에서 통산 6승을 거둔 이후 2년째 우승없이 잊혀져 가던 스테인하워는 지난해 상금랭킹 54위에 이어 올해도 상금 순위 23위에 그쳐 이번 대회 우승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 그러나 스테인하워는 공격적 플레이를 철저히 자제하고 티샷은 반드시 페어웨이에 떨구고 그린 공략 때는 위험한 지역은 절대 피하는 안전 위주의 경기 운영으로 이변을 연출해냈다. 8년 전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링크스에서 우승을 해봤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전략의 승리인 셈이다. 3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스테인하워는 이날도 소걸음 행보로 일관했지만 추격자들이 제자리 걸음을 걷거나 자멸한 덕에 이렇다 할 위기없이 우승할 수 있었다. 4번홀(파4)에서 단 1개의 버디를 뽑아내는데 그쳤지만 이미 우승이 확정된 채 맞은 18번홀(파4)에서 보기 1개를 곁들였을 뿐 철저하게 파로 막아내는데 주력했다.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진 바람에 보기 퍼트가 챔피언 퍼트가 된 스테인하워는 48개홀 무보기 행진을 펼치는 등 4라운드 동안 보기 4개, 더블보기 2개 등 6개 홀에서만 파를 지키지 못했을 뿐이다. 1타차까지 따라 붙었던 크리스티 커(미국)와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을 3타차로 제친 완벽한 우승. 커는 15번홀까지 4타를 줄여 스테인하워를 위협했지만 16번홀(파4) 보기에 이어 18번홀(파4) 더블보기로 제풀에 무너졌다. 18번홀에서는 페어웨이 벙커에 빠진 볼을 꺼내느라 2타나 허비한 것이 뼈아팠다. 구스타프손도 애써 벌어놓았던 타수를 후반에 까먹으면서 이븐파 72타를 치며 주저 앉았고 줄리 잉스터(미국)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도 나란히 1오버파 73타로 스테인하워를 따라 잡지 못했다. 잉스터와 함께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4위에 머문 오초아는 그러나 이 대회에서 컷오프된 카리 웹(호주)에 빼았겼던 상금랭킹 1위(167만5천774달러) 명예를 되찾아 위안을 삼았다. 이날 2언더파 70타를 때린 한희원(28.휠라코리아)과 1타를 줄인 김주미(22.하이트)는 합계 2오버파 290타로 공동10위에 올라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한희원은 특히 1라운드 때 8오버파 80타를 치는 최악의 부진을 딛고 '톱10'까지 올라오는 뒷심을 뽐냈다. 시즌 개막전 SBS오픈 우승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은 김주미는 메이저대회 첫 '톱10'의 기쁨을 맛봤다. 일찌감치 경기를 끝낸 한희원과 김주미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할 때는 20위권이었으나 뒤이어 경기를 치른 앞선 순위의 선수들이 줄줄이 타수를 잃어버리면서 미끄럼을 탄 덕에 공동 10위까지 올라갔다. 2언더파 70타의 한희원과 1언더파 71타의 김주미는 이날 7명에 불과했던 언더파 스코어러 가운데 포함됐다. '천만달러의 소녀' 위성미(17.나이키골프)는 버디 4개에 트리플보기 1개,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 등을 묶어 2오버파 74타를 치는 데 그치면서 합계 6오버파 294타로 공동 26위로 밀렸다. 올해 들어 일곱 번째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한 위성미가 5위 밖으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선 6차례 대회에서 준우승 1차례와 3위 2차례, 그리고 나머지 3차례 대회에서 5위에 오르는 등 언제나 우승을 다퉜고 이번 대회를 생애 첫 우승 무대로 삼겠다던 위성미로서는 초라한 성적. 특히 위성미는 20위 이내에도 들지 못해 내년 대회 자동출전권마저 놓치면서 2007년 시즌 대회 출전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위성미의 메이저 대회 연속 '톱10' 행진에 제동을 건 것은 200개에 이르는 벙커였다. 초반 5개 홀에서 파행진을 벌이다 파5홀인 6번 홀과 7번 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챙기면서 순위 끌어올리기에 나서는 듯 했던 위성미는 9번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트린 더블보기로 홀아웃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후반 들어서도 4개홀을 파로 막아내다 14번홀(파4)에서 1타를 줄여 상승세에 불을 지피는가 했지만 15번홀(파5)에서 두번이나 벙커에 볼이 빠지면서 트리플보기가 나오는 통에 상위권 도약의 희망을 접었다. 16번홀(파4) 버디로 기분을 추슬렀지만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2차례 벙커에 들락거린 끝에 보기로 끝내면서 씁쓸하게 귀국행 짐을 싸야만 했다. 위성미는 "다른 어떤 대회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시즌 첫 '톱10'을 바라봤던 정일미(34.기가골프)는 1오버파 73타를 쳐 합계 3오버파 291타로 공동 16위로 내려 앉았다. 작년 대회 우승자 장정(26.기업은행)도 3타를 잃으면서 공동 26위(6오버파 294타)에 그쳤다. 한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최종 라운드에서 7오버파 79타로 부진, '골프여제'의 체면을 구긴 채 공동 31위(7오버파 295타)로 추락했다. 권 훈 기자 kh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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