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타차 싱에 막판 뒤집기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1·미국)의 추격을 받는다면 3타차 선두도 불안하다.3라운드까지 우즈에 3타 앞서 있던 비제이 싱(43·피지)은 최종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상대가 누구든 내 플레이만 집중하겠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최종 순위판 꼭대기에는 우즈의 이름이 내걸렸다. 싱은 “7번홀까지 2개의 이글을 잡고 달아나버리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다”며 백기를 들었다. 3라운드까지 우즈와 동타를 이뤘던 저스틴 로즈도 우즈의 플레이가 기가 막힐 따름이다. “5번홀까지 난 4개의 오버파를 쳤는데, 우즈는 4언더파를 쳤더라. 내가 경기를 포기할만도 하지않느냐.”
5일(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보스턴TPC(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4라운드. 우즈는 이글 2개, 버디 4개의 신들린 샷으로 8언더파 63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달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 우승 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쏟아냈던 우즈는 이번 대회까지 5개 대회 연속 우승의 기염을 토했다. 개인통산 53승째이자, 시즌 7승째. 우승상금 99만달러를 보태 시즌 상금액이 864만1563달러(약 82억6600만원)로 불어났다.
싱으로서는 한번쯤 호기를 부릴 만도 했다. 그는 2년 전 바로 이 대회에서 올해와 똑같이 3라운드까지 3타차 선두였고, 우즈와 챔피언조로 최종라운드를 펼쳐 우승해 세계랭킹 1위까지 뺏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불안하기 짝이 없던 싱의 ‘3타차 선두’는 우즈가 3번홀을 끝내자마자 자취를 감췄다. 우즈는 2번홀(파5) 이글, 3번홀(파3) 버디로 싱과 어깨를 맞췄다. 그런 뒤 5번홀(파4)에서 7.6m 버디로 싱을 따돌렸고, 7번홀에서 이글로 격차를 벌렸다.
싱도 소생할 기회는 있었다. 12번홀 버디로 우즈에 2타차로 따라붙은 뒤 14번홀(파4)에서 이글샷을 시도했지만, 야속하게도 공이 홀속으로 들어가려다 다시 튀어나왔다. 우즈는 바이런 넬슨이 1945년에 세운 11연승의 대기록을 깰 수 있겠냐는 물음에 “다음 대회 때부터 다른 선수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가능할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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