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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위가 최근 미국에서 열린 삼성월드챔피언십 여자골프대회에 참가했다고 한다. 그 대회는 미셸위가 프로로 입문하여 처음 출전한 대회이자 올 한해를 결산하는 동시에 계속 누적된 실패에서 탈출할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등 나름대로 의미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5오버파 293타로 17위에 그친 “천만달러 소녀”는 자신의 위명과 주변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서는 규정 타수 4의 홀에서 무려 4타를 더 치는 쿼드러플보기를 범한 데다 그 과정에서 어이없는 헛스윙 개그까지 선보이는 바람에 동행한 기자와 갤러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고 한다. 매우 만족치 못한 경기를 끝난 다음 “이번 대회에서 (특히 쿼트러플보기 상황) 배운 게 많았다”고 자평하였다는데 그것이 전혀 귀에 차지 않는다. 미셸위가 늘 하는 멘트에서 그리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대회에서 실패를 거듭한 결과는 매우 참담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더 이상 미셸위를 조준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 미셸위를 따르던 기자는 15명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선수에게 그 정도의 기자가 따라붙었다면 심상치 않은 일이겠지만 예전에 미셸위에게 따라 붙던 기자가 무려 150명에 달했다는 것을 감안해보라, 미셸위는 예전에 - 그리 오래 지나지도 않았지만 - 누리던 인기 가운데 겨우 10%를 붙들고 있을 뿐이며 그것조차도 얼마나 유지될지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다. 언론은 실망의 수준을 넘어 지극히 냉담하다. 실제로 미국 공영방송 NBC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미셸위는 과연 사기꾼인가?” 라는 타이틀의 논제를 제시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것은 노골적인 혐오의 표현으로 보아도 그리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계속 지금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가는 정말 사기꾼 대접 밖에는 받을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업그레이드 수준의 노력이 요구되겠는데 일단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셸위는 전혀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 가진 인터뷰가 마음에 걸린다. 그때 “계속 남자대회에 출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것은 늘 받아오던 질문이기도 했다. 미셸위가 당연히 출전할 것이라고 대답하자 이번에는 “그것에(남자대회 출전에) 곱지 않는 시선이 많은데......”라며 비아냥거리는 듯한 질문이 뒤를 이었다. 그러자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만큼 나한테 관심이 많다는 뜻 아닌가. 고맙게 생각하고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당당한 것이 아니라 뻔뻔하게 보인다. 명백한 실패가 계속 되어도 최소한의 변명도 없이 오히려 많은 관심을 가져주어 고맙다며 대답할 수 있는 부류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것은 사기꾼들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이 100% 관심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표정과 몸짓이다. 얼굴에 비웃음을 그득 띄고 손가락질 하고 있다면 관심의 아니라 비난과 혐오의 표현이라는 것쯤은 어린아이들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것을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면 지금 북한의 김정일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빤한 것을 관심으로 뭉뚱그리려는 미셸위에게서 전형적인 사기꾼의 모습을 본다. 그 어린 나이에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하게 내뱉는 것을 보면 미셸위는 사기꾼 분야에서도 골프만큼이나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굳이 본인의 입으로 밝히지 않아도 미셸위의 현실은 계속 남자대회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거액을 투자한 스폰서들의 요구에 응하는 자연스러운 형태였다. 그러나 스폰서들이 실망하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엄청난 금액을 배팅했다가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본전이라도 건지려는 그들은 미셸위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미셸위가 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기를 쓰고 있는 모양이다. 자신에게 천만달러를 쥐어준 것은 골프대회가 아니라 그들인 만큼 멀어지려는 그들의 관심을 어떻게든 다시 되돌려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남자대회에 도전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천재로 표현되는 미셸위의 재능을 보아서는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예전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는 그리 확신이 없다. 남자대회의 컷오프를 통과할 수 있는 힘과 기량을 갖춘 여자가 하나쯤 있는 것은 그리 놀랄 것도 아닌데다 그것이 무수한 도전의 결과라면 신선도와 상품성이 대폭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때 미셸위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 기자의 수효는 15명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결과가 뻔한데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미셸위에게 측은함마저 느낀다. 이제는 다시 본래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 소질과 기량이 충분히 입증된 만큼 여자대회에서 차근차근 우승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내가 비록 스포츠맨은 아니지만 우승경험이 가지는 중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는 성취의식이 가져오는 시너지효과는 실로 대단할 것이다. 권위 있는 여자대회를 차례로 석권하여 얻어지는 자신감은 마침내 남자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으로 확대재생산 될 것이다. 남자대회에 눈을 돌리지 않고 여자대회에만 참가해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자가 여자대회 참가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도리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돈에게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프로선수가가 돈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미셸위는 이미 충분히 벌었으며 가정환경도 번 돈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셸위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면서 그것을 통해 높은 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마음을 비운 다음 신중하고 겸손하게 처신하다보면 지금 원하던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미셸위의 플레이를 보기위해 인산인해의 군중이 모여들고 대대규모를 초과하는 기자들이 취재전쟁을 벌이며 거액을 제시하는 스폰서들이 줄을 이을 미래는 바로 그녀 자신에게 달렸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은 이제 겨우 17세의 어린 여자에게는 너무나 과분하다. 사기꾼의 오명을 벗고 샤라포바는 아예 가까이 올 엄두도 나지 않을 눈부신 신데렐라로 거듭날 기회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미셸위여! 제발 너의 능력을 보여다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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